[영화 연말결산②] 충무로의 여배우들은 어디에?

입력 2014-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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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배우 천우희 손예진 심은경. 스포츠동아DB, 동아일보DB.

한국 영화가 3년 연속 1억 명의 관객을 동원한 기록을 세웠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산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 누적관객은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1억 19만 808명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1억 관객 돌파다. 올해 한국 영화는 작년보다 36편 많은 219편이 관객들을 만났다.

올해도 충무로에는 남풍(男風)이 거셌다. 흥행파워와 스타성을 겸비한 스타들이 새로운 소재로 무장한 영화에 투입되면서 스크린은 남자 배우로 가득했다. 최민식, 하정우, 김남길, 김윤석, 류승룡, 현빈, 강동원, 송승헌, 이정재, 정우성 등이 출연했고, 액션부터 로맨스까지 장르도 다양했다.

반면, 여배우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아니, 활약할 공간이 적었다. 개봉한 작품수가 작년보다 늘었음에도 여배우들이 누빌만한 곳은 없었다. 많은 영화의 시나리오가 여배우들을 외면했다. 남자 배우들을 위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상업적으로 여배우가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해적’의 손예진과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정도다. 여배우들이 공동 주연한 영화는 ‘관능의 법칙’, ‘카트’ 등 몇 편 되지 않았고, 이들마저 흥행 악재까지 겹쳐 제대로 힘을 받지 못했다.

개봉한 영화가 늘었음에도 여성 영화가 부족했던 이유는 일명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이다. 극장을 찾는 주관객이 여성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멋진 남자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표를 팔기 위해선 여성 관객을 노려야 했고, 자연스레 충무로는 남자 배우들의 역할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여자 배우들의 역할은 늘 한정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 청순가련한 여성 혹은 팜 파탈 등 아주 구태의연한 캐릭터로만 여성 배우를 사용한다는 것. 이렇기에 늘 남자 배우의 그늘에 가려져있거나 어디서 본 듯한 뻔한 이야기의 주인공을 맡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수상한 그녀’ 속 심은경의 캐릭터나 ‘카트’의 염정아, 문정희가 보여준 캐릭터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랐다. 작은 바람이었지만 강하게 전달됐다.

다행히도, 2015년에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일 작품이 많을 듯 하다. 조여정(워킹걸), 문채원(오늘의 연애), 하지원(허삼관), 김하늘(나를 잊지 말아요), 손예진(행복이 가득한 집), 임수정(시간이탈자), 박보영(소녀), 한효주(쎄시봉, 뷰티인사이드), 전도연(협녀:칼의 기억, 무뢰한, 남과 여), 김혜수(코인로커걸), 전지현(암살), 천우희(곡성), 임지연(간신), 심은경(널 기다리며) 등이 스타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여배우들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보다 여배우들의 활약은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여성을 주축으로 하는 작품은 여전히 가뭄에 콩이 나듯 하다. 충무로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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