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말결산①] ‘명량’ 역대 기록·관객 1억 명 돌파의 명(明)과 암(暗)

입력 2014-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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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014년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 충무로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무려 4편의 1000만 영화를 내놓았고 3년 연속 한국 영화 관객 1억 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여성 영화의 감소, 한국 영화의 흥행부진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차가운 현실을 맛보기도 했다.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은 ‘명량’의 영향력이 컸다. 성웅 이순신의 애국심과 리더십을 그린 ‘명량’은 10대 청소년과 중장년층을 모으는 데 성공해 관객 1761만 명을 기록, 역대 한국 영화 1위에 올라서는 쾌재를 불렀다. 한국 영화를 본 관객 1억 명 중 17%를 차지한 셈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만큼 한국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대한민국 극장가의 절반은 한국 영화 차지였다. 특히 지난해는 관객의 60%가 한국 영화를 관람할 정도로 초강세를 보였다. 반면, 올해는 한국 영화를 찾은 관객은 49%, 작년보다 11%가 급감했다.

흥행 순위를 따져도 지난해보다 올해 한국영화가 적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산망에 따르면 2013년은 ‘아이언맨3’을 제외하고 국내 영화들이 10위 안에 든 반면 올해는 ‘명량’,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수상한 그녀’, ‘변호인’, ‘군도 : 민란의 시대’ 만이 10위권에서 살아남았다. 게다가 관객 수도 현저히 줄었다. 지난해 1000만 영화인 ‘7번방의 선물’과 900만 관객을 돌파한 ‘설국열차’, ‘관상’을 제외한 5위부터 10위에 있었던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더 테러 라이브’, ‘감시자들’은 550만~700만 관객 명을 동원했지만 올해 같은 순위권의 한국 영화는 ‘군도 : 민란의 시대’ 뿐이며 약 477만 명의 기록을 세웠다. 적어도 80만 명의 차이가 있다.

게다가 ‘역린’, ‘군도 : 민란의 시대’, ‘해무’ 등 700~800만 명의 관객을 채울 중박의 영화들이 예상치 못하게 부진했고 중박을 쳐야 할 영화들이 나오지 못해 건강한 성장을 하지 못했다.

반면, 외화들의 흥행은 화려하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인터스텔라’ 역시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외에도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엣지 오브 투모로우’,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등은 약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중박을 쳤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는 작년보다 36편이 많은 219편. 고르게 흥행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파이가 커졌음에도 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올해 1억 명의 돌파 시점이 지난해에 비해 81일 정도 늦었던 이유 역시 특정 영화의 쏠림 현상이 있었을 뿐 바람직한 성장률은 아니었다는 의미가 된다.

민병선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 시장 자체가 하락하는 시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큰 성장을 해왔다. 2014년 역시 영화 시장 크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줄어든 이유는 관객들이 국내 영화를 볼 만큼 봤다는 의미가 된다. ‘명량’이 그 절정을 쳤고 연말에 ‘국제시장’이 잘 되고 있지만 투자배급사의 힘이 큰 영화라고 생각하면 마냥 긍정적인 결과는 아니다. 어차피 잘 될 작품만 잘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는 사극 등이 유난히 한 시기에 쏠려 관객들이 지겨운 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 ‘해무’ 등 대작들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이다. 또한 비슷한 장르가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작품은 적었기에 관객들이 외화로 눈을 돌렸고 중박을 쳐야 할 한국 영화들이 흥행을 하지 못한 것이다. 양을 늘리기 보다는 질로 승부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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