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박성화 감독 “도시민 구단 자생력, 유소년 육성에 달렸다”

입력 2015-01-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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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는 12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박성화 신임 감독은 팀 내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유소년 시스템을 정비해 도시민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챌린지 강등·팀 해체 논란 속 사령탑 취임
유소년 시스템 정비…구단 생존 토대 마련

경남FC의 12월은 유난히 추웠다. 광주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밀리며 챌린지(2부리그) 강등이 확정됐고, 홍준표(60·경남도지사) 구단주는 팀 해체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장, 단장, 감독 등은 줄줄이 사표를 냈다. 이어 특정감사의 칼바람이 몰아쳤다. 그 결과 경남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단장과 사무국장을 폐지하고, 사무국 직원을 18명에서 11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 역시 46명에서 36명으로 축소하다. 이런 격랑의 정국 속에서 새 사령탑이 선임됐다. 박성화(60) 신임 감독은 구원투수의 임무를 짊어졌다. 그래서 새해를 맞은 그의 어깨는 더 무겁다.


● “팀이 어려워도 준비된 선수는 다를 것”

박성화 감독은 유공, 포항, 부산에서 지휘봉을 잡고, 청소년대표팀과 2008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베테랑 지도자다. 국내무대 복귀는 2007년 부산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8년 만이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다롄 스더, 미얀마대표팀을 지도했다.

박 감독은 “우선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2부리그로 강등되면 스폰서가 줄어들고, 구단의 예산 또한 대폭 삭감된다. 당장 경남은 해외전지훈련도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선수단 축소와 연봉 삭감 등도 피할 수 없다. FA(자유계약) 선수들을 잡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선수단의 의욕이 꺾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감독은 “환경에 대한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서 효율을 내야 한다. 팀이 어려워도 준비된 선수들은 다를 것으로 믿는다. 젊은 선수들에겐 이 시기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이랜드FC와 안산경찰청, 상주상무 등이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대전 시티즌처럼 내년 시즌엔 다시 1부리그로 돌아가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 “유소년축구 육성으로 도시민구단 자생의 토대 만들겠다!”

경남은 박성화 감독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천명했다. 여기에는 도시민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힘을 보태달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박 감독은 “도시민구단이 기업구단과 돈으로 경쟁해선 이길 수 없다. 도시민구단의 유일한 살길은 유소년축구를 육성해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민구단은 아직까지 역사가 짧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구단 운영에 변화가 많아 유소년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도시민구단이 다시는 존폐 위기에 놓이지 않고, 영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포항과 부산의 유소년 육성이 롤 모델이다. 후임 감독이 오더라도 무언가 해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나의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매년 유망주를 발굴하고, 그들의 몸값이 높아지면 다시 유소년 시스템에서 새 얼굴을 충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경남 선수단은 5일 소집돼 합동훈련에 돌입한다. 박 감독은 이미 선수들에게 ‘소집일까지 몸을 충분히 만들어오라’고 지시했다. 2주간의 테스트 뒤에는 5명 내외의 선수가 정리될 가능성도 있어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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