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펜싱은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다”

입력 2015-01-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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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스포츠동아DB

남현희. 스포츠동아DB

작은키·많은 나이 핸디캡 딛고 올림픽 메달
새해 목표는 무릎부상 회복·세계랭킹 8위

대한펜싱협회는 12월 27∼30일 강원도 양구에서 2015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남녀 플뢰레·에페·사브르에서 종목별로 8명씩, 총 48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여자 플뢰레에선 ‘펜싱 여왕’ 남현희(34·성남시청)가 또 한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태릉의 터줏대감, 2015년에도 태극마크!

남현희는 성남여고에 재학 중이던 1999년 처음으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했고, 2001년 다시 태극마크를 단 이후로는 무려 15년째 대표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2002부산대회, 2006도하대회, 2010광저우대회, 2014인천대회에서 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를 달성했고, 도하대회와 광저우대회에선 개인전까지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2008베이징대회 은메달, 2012런던대회 동메달 등 올림픽에서도 값진 성과를 거뒀다. 한국펜싱 역사상 올림픽 2회 연속 메달리스트는 남현희가 유일하다. 그녀는 2015년에도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보낸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게 됐다. 남현희는 “이제 태릉은 속속들이 너무 잘 안다. 아마 현 국가대표선수 중에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오래되지 않았나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 “올해는 언니들도 함께해서 좋아요!”

사실 이번 선발전을 앞둔 남현희의 기상도는 흐렸다. 지난 시즌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고전했고, 여전히 후유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부상 때문에 훈련량도 적었다. 그러나 투혼을 발휘하며 4강에 올라 대표 선발을 확정지었다. 그녀는 “정말 이를 꽉 깨물고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뽑힌 8명의 여자플뢰레대표 중에는 남현희를 비롯해 서미정, 정길옥(이상 35·이상 강원도청) 등 30대 중반 베테랑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 서미정은 남현희와 마찬가지로 ‘엄마 선수’다. 남현희는 “선발전 이전부터 언니들과 ‘함께 열심히 해보자’는 얘길 나눴다. 올해는 언니들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새해 목표는 재활과 세계랭킹 8위권 재진입

남현희의 가장 큰 새해 목표는 오른쪽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재활에 전념하며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2번째 목표는 세계랭킹 8위권 재진입이다. 남현희는 2005∼2006시즌 세계랭킹 2위에 오른 이후 2011∼2012시즌까지 줄곧 2∼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이후 임신과 출산(2013년 4월) 등으로 검을 내려놓은 사이 세계랭킹이 떨어졌다. 현재는 14위다. 남현희는 “일단 세계랭킹 8위 안에 들어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자동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올해는 국제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많이 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펜싱은 내게 살기 위한 몸부림”

‘펜싱 여왕’이 걸어온 길은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작은 키(155cm)의 핸디캡을 이겨냈고, 출산 이후에도 보란 듯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운동선수로서 많은 것을 이뤘지만 목표의식은 확실하다. 이번에는 ‘나이 든 선수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항해 칼끝을 겨눴다. “기왕 대표가 됐으니 제대로 해야죠. 전 흐지부지하는 것을 싫어해요. 도 아니면 모에요.” 그녀의 독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딸 하이(2)를 낳은 이후 두 달 만에 운동을 시작했고, 다시 두 달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남현희는 “펜싱은 내게 살기 위한 몸부림인 것 같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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