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열 느린 삼성화재 ‘3세트엔 무적’

입력 2015-01-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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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V리그 남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고 뒤집는다. 그 힘은 3세트에 있다. 삼성화재는 6일까지 16승4패를 달리고 있지만 3세트에서는 19승1패로 유난히 강했다. 스포츠동아DB

■ 남자배구 7구단 세트별 승패분석

올 시즌 3세트 19승1패…0-3 완패 없어
3세트 약한 OK저축은행, 5세트선 7승1패
뒷심 부족한 현대캐피탈, 4·5세트 ‘악몽’

배구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세트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각 세트의 승패가 모여 경기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지만 세트는 독립된 가치를 지닌다. 야구의 이닝, 농구의 쿼터와 가장 큰 차이다. 팀간 전력의 차이에 따라 경기의 승패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세트의 승패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특히나 이번 시즌 V리그는 세트별로 팀들이 천당과 지옥을 자주 오간다. 전문가들은 “전력차이가 크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실책이 바로 점수가 되는 배구의 특성상 세트의 승패는 조그만 변수에 따라 흐름이 요동친다. 그 때마다 선수의 멘탈은 출렁거리고 팀도 파도를 탄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세트마다 작두를 타는 배구가 많아졌다. 반환점을 넘긴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7개 구단의 세트별 승패를 분석해봤다. 1월 5일 현재 각 팀의 세트별 승패표를 보면 왜 7개 팀이 저마다 다른 성적표를 받았는지 쉽게 이해된다.


● 3세트가 강한 삼성화재

선두 삼성화재의 경기패턴 특성 가운데 하나는 항상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너지지 않고 뒤집는다. 신치용 감독의 표현처럼 잘 버틴다. 그 힘은 3세트에 있다. 이번 시즌 20경기에서 무려 19승1패를 했다. 먼저 두 세트를 내주더라도 쉽게 0-3 완패를 당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면 파고들어 반격하는 신치용 배구의 힘을 보여주는 결과다. 삼성화재가 시즌 전체 승률에 비해 1세트가 유난히 약한 이유는 발동이 늦게 걸리는 레오의 영향도 있다. 레오는 경기 초반 부진하다가도 어깨가 달궈지면 경기 후반 폭발적인 강타로 상대 팀을 압박한다. 상대의 포메이션을 보면서 빈틈을 찾아내, 경기를 풀어나가는 세터 유광우의 센스도 1세트 이후 높은 승률을 올리는 비결로 보인다.

● 4세트가 약한 현대캐피탈

이번 시즌 주춤거리는 현대캐피탈은 4세트가 문제다. 4일 OK저축은행과의 원정에서 2-3으로 패한 뒤 김호철 감독이 내린 진단과 일치한다. 김 감독은 “2-1로 앞선 4세트 초반에 항상 리드를 내주는 것이 우리의 문제다. 좋은 흐름을 잡았으면 잘 타고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2,3세트의 높은 승률에 비해 4세트가 너무 약하다. 4승7패다. 5세트로 가면 현대캐피탈의 약점이 확연히 노출된다. 상대 외국인선수와 비교해 파괴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시즌 풀세트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4패다. 그래서 더욱 4세트 초반의 부진이 뼈아프다.


● 막판에 시몬의 능력이 드러나는 OK저축은행

젊은 OK저축은행은 초반 기선제압이 좋다. 13승 7패로 첫 세트 승률은 최고다. 문제는 3세트다. 김세진 감독도 원인을 찾고 있다. 범실을 줄이려고 서브의 강도를 낮추면 팀의 장점이 같이 사라져버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3세트가 유난히 약하다. 대신 시몬이 있다. 센터출신 선수가 라이트로 변신해 체력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몬은 유난히 5세트에 강했다. 풀세트가 되면 두 팀 에이스의 힘 대결만 남는다. 누구는 몰빵이라고 하지만 마지막에는 전력을 극대화 할 수밖에 없다. 총력전에서 OK는 강하다. 무려 7승1패다.


● 너무 쉽게 경기를 포기하는 LIG손해보험

좌우의 균형 잡힌 전력을 갖춘 대한항공은 세트별 승패의 편차가 작다. 2세트와 5세트가 평균보다 떨어지지만 큰 의미는 없는 수치다. 항상 일정 수준의 안정된 플레이를 하고 있다. 선두권을 달리는 이유다. 하위권 팀 가운데서는 LIG손해보험의 3세트 성적이 의미심장하다. 4승16패로 가장 나쁘다. 최하위 우리카드(5승15패)보다 승률이 떨어진다.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면 쉽게 경기를 포기하는 팀이라는 얘기다. 지금 LIG에게 필요한 것은 끈질김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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