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양상문 감독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 눈치보지 않고 기용할겁니다”

입력 2015-01-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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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엔 ‘정도를 지키는 야구’를 하겠다”며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들로 팀 전력을 짜겠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이어 “LG가 5∼10년 뒤 수시로 가을잔치에 나가는 강팀이 됐을 때 그 기반을 다진 사람 중 양상문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

2. LG 양상문 감독을 만나다


2015시즌 프로야구는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개 구단 시대. 프로야구 산업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들도 대거 새 얼굴이 등장했다. 스포츠동아는 새해 새 출발선에 선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을 만나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을 속속들이 물어보는 코너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를 마련했다.


‘선수들에게 눈치보지 말고 야구해라’ 주문
나부터 정직한 감독 솔선수범 할 것

차명석 수석코치로 소통 창구 단일화
선수들 불만 생기면 바로 해결할겁니다

우규민·류제국 공백 임지섭·김광삼 채울 것
내야는 손주인-오지환-한나한에 기대

감독으로서 목표는 당연히 우승
또 하나 ‘LG=가을잔치 강팀’ 초석 되는 것

LG 양상문(54)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설렌다”고 했다.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2004년 롯데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다시 사령탑이 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간절했던 만큼 절실하게 매달렸다. 양 감독은 지난해 중도 사퇴한 김기태 감독의 뒤를 이어 LG사령탑을 맡아 팀을 최하위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올려놓았다. 그러나 2014년은 잊었다. 2015년은 또 다른 시작이다. 양 감독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기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요가 아니다. 누구보다 유니폼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그게 어떤 의미인지 직접 보여주는 게 리더가 할 일이다”고 스스로 책임감을 불어넣었다. 다음은 양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정도를 지키는 야구 하겠다.”


-2015년이 밝았습니다. 1월 1일 소원은 비셨나요.

“집에서 해돋이를 봤어요. 부산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해운대니까. 해운대에서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어요. 소원을 빌기보다는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어요.”


-감독으로서 ‘열심히 산다’는 의미는 뭘까요.

“정도(正道)를 지키는 거죠. 정직하게 선수단을 이끈다는 의미예요.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들로 팀 전력을 짜는 게 첫 번째고요. 누가 봐도 ‘저 선수는 야구 못 하는데 왜 기용하느냐’는 얘기는 안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선수를 기용할 겁니다.”


-신년하례식에서 ‘이름값 따지지 않고 야구 잘 하는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네요.

“그렇죠. 감독은 팀의 리더예요. 리더는 맡은 집단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있어요. 우리 팀 선수단이 60명이고, 프런트 직원이 40명이에요. 100명에게 가족이 3명씩만 있다고 해도 300명이죠. 여기에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을 포함해서 수백만 명의 LG팬들의 희로애락이 제 손에 있는데 사적인 감정이 이입돼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은 정직해야 한다고 봐요.”


-선수들에게도 ‘감독 코치 눈치 보지 말고 야구만 잘 하라’고 주문하셨는데요.

“선수들에게 요구하려면 감독이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해요. 위에서 조금만 흔들려도 아래가 요동치는 게 조직이에요. 분위기 따라간다는 얘기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감독이 가장 쉽게 선동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도록 저를 먼저 다스리려고 합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소통창구를 단일화하셨는데요.(양 감독은 윤학길 투수코치를 투수 총괄코치로 임명했고, 차명석 수석코치에게 ‘차 수석의 말은 곧 양상문의 말’이라며 막강한 권한을 줬다)

“어떤 단체든 불평불만은 있어요. 불만을 가지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핵심은, 불만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거예요. 소통창구가 막히면 여기저기로 말이 퍼져요. 선수뿐 아니라 코치들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책임을 맡긴 코치들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하고, 선수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여러 루트가 아닌 통일된 통로로 얘기를 전달할 겁니다. 차 코치가 선수, 구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맡을 거예요. 저는 경기를 이기는 데만 집중할 겁니다. 감독은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이 꽉 찹니다.”


-이기는 야구! 2015시즌 목표가 뚜렷하시네요. 올해가 지난해와는 또 다른 기분인가요.

“설레요.(웃음) 지난해부터 LG를 맡고 있지만 이번이 스프링캠프도 처음이고, 시무식 때 단상에 오르는 것도 10년 만이잖아요. 사실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생각 끝에 선수들에게 최대한 핵심만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신인 박지규 임지섭에 기대”


-사실 LG에는 타격뿐 아니라 불안요소가 많습니다. 시즌 초반 우규민, 류제국이 없는데요.

“저는 크게 불안하지 않아요. 두각을 드러낼 후보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부터 강하게 정신무장을 하고 준비하면 팀에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또 나중에 (류)제국이나 (우)규민이가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 시즌 중·후반에 힘이 생기잖아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나쁜 요소만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류제국, 우규민의 빈 자리를 메울 후보는 누군가요.

“원래 계획보다는 빨리 올라온 (임)지섭이나 (김)광삼이도 있고, 신동훈, 장진영. 임정우까지 일단 5명을 두고 보고 있어요. 이들이 얼마만큼 올라오느냐가 관건이에요.”


-야수 쪽에서는 내야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했는데 문선재, 김용의를 외야수로 전향시켰습니다.

“(이)진영이나 (박)용택이, (이)병규(7번)까지 주전 외야수들이 있지만 144경기를 풀타임으로 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대 110경기까지라고 보면 30경기를 막아줄 선수가 필요한데 그 선수들을 백업이 아닌 주전급 선수로 메워야한다고 생각했어요. 1∼2게임 나갔다가 빠지는 백업이 아니라 30경기는 공백이 느껴지지 않은 주전선수가 필요했고, 문선재, 김용의를 선택한 거죠.”


-상대적으로 내야 백업이 약해지지 않나요.

“손주인-오지환-잭 한나한, 이 3명만 유기적으로 돌아가도 수비 쪽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봐요. 한나한은 풀타임을 뛰어줘야 하고 (오)지환이도 최대 130경기는 뛰어줘야 하죠. 물론 그래도 백업은 필요하겠죠. 지난해 경험을 쌓은 (황목)치승이나 부상에서 돌아온 백창수, 또 신인 박지규가 뒤에서 버텨줄 거예요.”


-요즘 많이 거론되는 신인 박지규와 임지섭의 가능성은 얼마나 보시나요.

“(박)지규는 방망이를 정말 잘 쳐요. 신인인데 퀄리티 높은 타격을 하더라고요. 마무리훈련 때 일본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평가가 좋았어요. 수비도 약하지 않지만 아직 어린 선수니까 더 지켜봐야죠. 임지섭은 솔직히 올 시즌 6∼7월이나 내년 초까지도 봤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어요. 선발 공백도 생겼고 아직 3∼4개월 남았으니까 해보자 싶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건 맞아요.”


-‘이 선수를 써야겠다’는 판단기준이 있나요.

“간단해요. 투수와 타자가 싸울 때 투수가 이겼느냐, 타자가 이겼느냐를 보는 거예요. 임지섭이가 첫 승(4월 30일 잠실 두산과의 개막전)을 거뒀을 때 그때 투수가 의도한 공을 던져서 타자들을 잡은 건지, 아니면 그냥 던졌는데 타자들이 따라와서 헛스윙해준 건지 그걸 구분해야 하거든요. 만약 후자라면 한 달 안에 밑천이 드러나요. 투수가 내 공을 던져서 타자를 잡을 수 있느냐가 기준점이죠. 타자는 반대고요. 둘은 시범경기까지 지켜볼 겁니다.”


-불펜진은 걱정 없으시죠.

“우리 불펜은 정말 강해요. 자신 있습니다. 이제 사이드 암 투수 (김)선규와 (신)승현이 둘 중에 한 명이 올라와주면 완벽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 “강팀 LG의 초석이 됐던 감독으로 기억됐으면”


-지난해는 LG가 좋은 성적을 거둬서 팬들이 응원을 많이 받았지만 LG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이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되지 않나요.

“스트레스는 아니에요. 오히려 경기를 꼭 이겨야하는 책임감이 생겨요. 프로가 성적이 안 좋을 때 욕먹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김동수 2군 감독이 말했지만 선수들은 LG 유니폼 입은 걸 자랑스러워해야 해요. 이처럼 LG를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서 뭘 할지를 생각해야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이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아직은 못 느끼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착각은 금물이에요. 스스로 5승밖에 못 올리는데 팬들이 너무나 큰 사랑을 줘서 자신이 10승 투수라고 착각하거나, 2할5푼도 못 치면서 3할 타자인 양 행동하면 안 되죠. 자기 능력은 5승밖에 안 되는데 팬들의 넘치는 사랑 때문에 10승을 하고, 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해요. 그걸 알려주는 게 코칭스태프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LG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 강팀으로서 모습을 갖춰져 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팀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뭔가요.

“일단 우승을 해야죠. 베테랑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기 전, 젊은 친구들 기량이 더 올라오는 시점에 해야 한다고 봐요.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다가 우승을 노려볼 수 있으니까요. 희망은 있어요. 지금 젊은 선수들이 야구를 더 잘 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해요. 제가 생각하는 LG의 힘이에요.”


-그렇다면 LG 감독 양상문의 목표는 뭔가요.

“당연히 매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죠. 더 멀리 내다봐서는 LG가 5∼10년 뒤 수시로 가을잔치에 나가는 강팀이 됐을 때 그 기반을 다진 사람 중 양상문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큰 포부겠지만 ‘30∼40년 후에 강팀 LG트윈스 야구단의 초석이 됐던 사람’을 생각했을 때 떠오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 LG 양상문 감독은?


▲생년월일=1961년 3월 24일(만 54세)

▲출생지=부산광역시

▲출신교=대연초∼동성중∼부산고∼고려대∼고려대학원(체육교육학)

▲선수경력=한국화장품(실업팀)∼롯데 자이언츠(1984∼1986년)∼청보 핀토스(1987년)∼태평양 돌핀스(1988∼1993년)

▲지도자경력=롯데 1군 투수코치(1994∼1997년, 1999∼2001년)∼LG 투수코치(2002∼2003년)∼롯데 감독(2003년 10월∼2005년 10월)∼LG트윈스 1군 투수코치(2006년∼2008년)∼롯데 2군 감독(2008년∼2009년)∼롯데 1군 투수코치(2009년∼2010년)∼LG 감독(2014년 5월∼)

▲국제대회 경력사항
2006년 제15회 도하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코치,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2012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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