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혁신안에 반발…마주협회 2월 ‘경마 보이콧’

입력 2015-01-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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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들 2월에도 달릴 수 있을까.’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경마혁신안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마사회는 혁신안 추진을 위해 TF팀을 발족한 상황이고, 이에 반발한 마주협회는 2월부터 출전 거부를 결정했다. 양측의 타협이 없다면, 경마 중단이 불가피하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개방이냐, 쇄국이냐

마사회, 생존 위해 외산마통합 불가피
“고객 고령화, 젊은층 유입 위한 변화”

생산자협회 “산지통합→축산농가 몰락”
마주 “산재보험·마권 환급률 인상 우선”

연초부터 경마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발표한 ‘한국경마 혁신안’의 본격적인 추진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마주협회와 경주마생산협회 등 유관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특히 서울과 부산경남의 마주협회는 잇달아 ‘2월부터 경마 보이콧’의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경마중단 위기를 가져 온 경마계 내분을 짚어봤다.


● “혁신안 불가피” vs “말생산농가 몰락”

한국마사회의 경마혁신안은 ‘국내산마와 외산마의 통합편성, 경주 시행체계의 국제표준인 레이팅시스템 도입, 외산마 도입가격 상한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 인상’이 주요 내용이다. 마사회는 위기에 빠진 한국경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경마는 최근 10년간 경주 수는 두 배(96%) 가까이 늘었지만, 매출 증가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객은 40% 넘게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객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경마고객 10명 중 6명(63.4%)이 50대 이상으로, 사업의 지속여부를 위해 필요한 20∼30대 젊은 고객 유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의 위기는 곧 한국 말산업의 위기이다. 매출이 줄면 축산발전 지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마혁신안 추진은 한국축산업 전체를 위한 것이다. 그동안 시행해왔던 수많은 단기처방은 해법이 될 수 없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한국경마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는 국내 말생산농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년간 733억원의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유관단체가 혁신안에서 가장 반대하는 부분은 ‘산지통합 경주’ 시행이다. 마사회측은 국·외산마 통합 편성은 국산마의 경쟁력 강화와 경주 흥미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주마생산농가 측은 산지통합 경주 시행은 외산마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국산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져 축산농가가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산마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통합편성 실시를 연기하고 마사회의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와 내륙말생산자협회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마사회의 경마혁신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마사회, 추진 TF팀 구성…마주협 “2월 경마 보이콧”

마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마주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자체 회의 및 대표마주 연석회의를 갖고 2월부터 출마신청을 거부하기로 했다. 부산경남마주협회도 18일 확대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경마 보이콧에 동참하기로 했다. 마주협은 성명서를 통해 경마혁신안의 일방적 강행 즉각 중단, 경마상금 현실화, 경주마 상해 산재 보험제도 시행, 마권 환급률 인상 등을 촉구했다.

유관단체들의 이 같은 반발에도 한국마사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경마혁신안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 19일 경마위기대응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경주마생산농가 지원 계획이 포함된 혁신안은 경마 뿐 아니라 전체 말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8년 전 실패의 추억도 마사회의 의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마사회는 2007년에도 경마혁신안을 추진했었지만 유관단체들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한 바 있다. 마사회의 TF팀 구성은 이번만큼은 혁신의지를 굽힐 수 없다는 의지의 대외적 천명이다.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은 “경마 혁신안은 경마의 도박 꼬리표를 떼고 대중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나라 경주마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다면 한국경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더 많은 국민들이 경마팬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경마혁신안으로 촉발된 갈등은 이제 경마 시행체(마사회)와 유관단체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말산업저널을 발행하는 ㈜레이싱미디어 김문영 대표는 “개방과 국제화를 통해 한국경마의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는 혁신안의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유관단체와의 소통 없는 마사회의 일방적 추진에는 반대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마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마중단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파국을 맞는다면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양측 모두 추후 협상에서 조금씩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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