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한국이 아시아 강호라는 걸 증명할 절호의 기회 안 놓친다.”

입력 2015-01-30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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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스포츠동아DB

호주와의 결승전 앞두고 우승의 중요성 재차 강조
선수단 미팅 통해 결의를 다지는 등 철저한 준비
우리보다는 개최국인 호주가 더 부담을 갖고 경기할 듯
“우승한 뒤 대표팀 은퇴하는 차두리 헹가래 해준다”

축구국가대표팀 기성용(26·시완지 시티)이 30일(한국시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을 앞두고 우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은 31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 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개최국 호주와 결승전을 치른다. 기성용은 “우리가 아시아의 강호라고 자부하지만 그동안 아시안컵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우리보다 우승횟수가 더 많았다”며 “선수단 회의를 통해서 인생에서 한 번 올까 말까한 우승의 기회를 잘 잡자고 얘기를 했다. 내일 열심히 뛸 준비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 결승전을 앞둔 소감은.

“결승전에 올라 매우 영광이다. 솔직히 결승전에 대해 많이 얘기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호주와 조별리그에서 상대하면서 그들이 어떤 전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결승전을 통해 보여주겠다. 내일 많은 팬들 앞에서 아시아축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처음 주장을 맡았는데 팀에서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다. 위에 형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차)두리, (곽)태휘 형이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맡고 있고, 나는 중간 역할을 할 뿐이다. 경기장 안에서 보면 우리 팀에는 A매치 경험이 부족한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들이 경기장에서 어려움 없이,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주장이 되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라운드에서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 덕분인지 결과도 좋고, 나의 플레이도 더 좋아졌다. 사실은 두리, 태휘 형이 나보다 더 팀을 위해 희생해주고 있다.”


- 내일 경기가 차두리의 마지막 경기다. 그에 대해 얘기한다면.

“차두리 형과 셀틱, 대표팀에서 함께 지냈다. 그는 피지컬이 매우 뛰어나고, 스피드도 훌륭한 몇 안 되는 수비수다. 셀틱에서 함께 뛸 때보면 볼보다 빨랐다. 내가 길게 패스를 해도 재빠르게 달려가 볼을 잡아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선수였다.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면서 월드컵 4강 진출과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루어내는 등 많은 업적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으로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 그에게 우승이라는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다. 결승전이 끝난 뒤 우승메달을 목에 건 차두리 형을 헹가래 해주고 싶다.”


- 어린 시절 호주에서 보냈다. 그래서 더 특별한 결승전이 될 것 같은데.

“호주와 아시안컵에서 경쟁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시는 호주가 AFC에 속해있지 않았다. 조별리그 호주와 경기한 브리즈번은 내가 어렸을 때 잠시 살았던 곳이다. 호주 축구는 내가 어렸을 때보다 많이 발전했다. 지금은 파워와 스피드 뿐 아니라 기술과 조직력도 갖춰졌다. 내일은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하지만 호주 대표팀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는 지 잘 안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많이 갖고 있다. 정신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내일 경기에서 그라운드에 나가 경기장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예상지 못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


- 한국은 5경기 무실점이다. 수비가 강한 것인가. 아님 상대가 약했나.

“내가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생활하는 동안 무실점으로 대회 결승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수비에서 골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은 팀에 상당한 자신감을 주고,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선수들이 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지난 5경기에서 실점 위기도 적지 않았고, 상대선수가 좋은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적도 있다. 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골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한국이 55년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게 부담으로 작용할까.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월드컵에서 4강, 16강 진출 등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음에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우승을 더 많이 했다. 우리는 아시아의 강호라고 자부했지만 아시안컵 결과로는 그걸 증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우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부상선수들이 많은 어려운 상황도 있었고, 경험이 부족한 대표선수들도 있었다. 때문에 한국 내에서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를 잘 다스렸고, 선수들과 함께 노력해서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우리보다는 개최국인 호주에게 더 부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선수단 회의를 통해서 인생에서 한 번 올까 말까한 우승의 기회를 잘 잡자고 얘기를 했다. 내일 열심히 뛸 준비가 됐다.”

시드니(호주)|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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