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축구 강조·배고픈 선수 발탁 적중

입력 2015-02-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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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어록으로 본 슈틸리케 취임 5개월

“수비 잘하면 우승” 5경기 무실점 열매
“배고픈 선수 필요” 이정협 발굴 성과
“우승후보 아니다” 선수들 투혼 불지펴

지난해 9월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신임 사령탑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네덜란드) 감독과의 우선 계약 추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가 무산된 뒤라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2순위’라는 꼬리표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그는 취임 5개월 만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한국축구에 희망을 제시했다. 그의 말을 통해 한국축구를 바꾼 ‘슈틸리케 스타일’을 되돌아본다.


● 공격을 잘하면 이길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

취임 초기 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시사하며 수비수 출신답게 수비에 큰 무게를 뒀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오랜 격언인 “공격을 잘하면 이길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수비 강조는 중앙수비 자원 부족이라는 한국축구의 오랜 핸디캡 속에서도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아시안컵 5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값진 열매로 이어졌다.


● 배가 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열정과 의욕이 있는 선수를 발탁하겠다!

아시안컵을 앞둔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배가 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며 “열정과 의욕이 있는 선수라면 경험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발탁하겠다”고 공언했다.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 ‘의리 엔트리’ 등으로 논란을 낳았던 것과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철저히 실력 위주로 최종 엔트리를 작성했고, 결국 무명에 가까운 이정협(24·상주상무)을 깜짝 발탁했다. 이정협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잇달아 결승골을 터트리며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 한국은 더 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선수들에게 전하는 노련한 모습도 보였다. 평소 와인을 즐기는 그는 아시안컵 개막에 앞서 금주 의사를 밝히며 “1월 31일 결승전이 끝난 뒤 즐겁게 와인 한잔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결승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때로는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그는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경기력을 질책하며 “한국은 더 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다”는 말로 선수들의 분발을 강하게 요구했다.


●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축구는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와의 결승전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선 미리 준비한 한국말로 이렇게 얘기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선수들을 칭찬한 이 말 속에는 취임 후 자신의 첫 공식대회에서 거둔 성적에 대한 어느 정도의 만족감도 내포돼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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