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퍼들의 거친 숨소리…한화는 골프단도 지옥훈련

입력 2015-02-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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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의 오션사이드 골프장에서 ‘지옥훈련’을 하고 있는 한화골프단 선수들(위 사진). 이민영이 개인별 맞춤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힘든 투어 생활을 견디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도 필수다(아래 사진). 오션사이드(미 캘리포니아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한화골프단 미국 전훈 캠프를 가다

올해로 창단 5년째 역대 최다 우승 도전
아침엔 스윙연습, 밤엔 웨이트트레이닝
주 4회 18홀 라운드…연습은 실전처럼

“열여덟, 열아홉, 스물.”

“악∼”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의 오션사이드 골프장 내 웨이트트레이닝장. 8명의 여자골퍼들이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오전 일찍 스윙 연습으로 시작해 밤이 되면 달리고 뒹굴고,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면서 하루를 마치는 선수들의 표정에선 실전 같은 진지함이 가득 묻어났다. 창단 5년째를 맞은 올해 역대 최다우승에 도전하는 한화골프단의 전지훈련 캠프다.


● 연습 끝나면 기다리는 것은 지옥훈련

일주일 동안의 일정표는 숨이 막힐 정도다. 개인별 레슨으로 한 주가 시작된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화골프단 김상균 감독과 현지의 쇼트게임 코치가 선수들을 1대1로 지도한다.

투어 10년차에 접어든 윤채영(28)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는 한화골프단의 최고참이다. 지난해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을 신고하며 유일하게 우승 맛을 봤다. 그러나 첫 우승에 만족할 수 없다. 올해 2승을 따내는 것은 물론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땀을 쏟아낸다. 윤채영은 “훈련이지만 실전과 다름없이 집중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어디에선가 우리처럼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 힘차게 스윙했다.

오전 4시간의 훈련이 어느덧 훌쩍 지나갔다. 선수들의 등줄기는 벌써 땀으로 흥건하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에는 개인연습이 진행된다. 오전에 교정 받은 스윙을 제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자율적 연습시간으로, 오전에 비해선 긴장감이 덜하다. 그러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올 시즌 받아들 성적표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선수들의 표정은 오전보다 더 진지해진다.

하루 일과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스윙 연습이 끝나면 밤에는 더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7시까지 헬스클럽으로 집합!” 저녁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김 감독이 다시 집합 명령을 내린다.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은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 역시 선수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채영은 상체근력 강화에 집중하고, 파워에 비해 유연성이 부족한 이민영(23)은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한지 10분 정도 지나자 어느덧 선수들의 입에선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몇몇 선수들은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마지막 힘을 짜낸다. 상체 훈련을 끝낸 윤채영은 “물론 몸이 고되고 힘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지옥훈련의 성과다”며 다시 러닝머신에 올라섰다.


● 빡빡한 투어 일정에 맞춘 특별훈련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18홀 라운드가 잡혀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올해 대회 수가 더 늘어나면서 빡빡해진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한화골프단은 ‘연습+실전’이라는 특별훈련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상균 감독은 “연습이라고 해도 주 4회 라운드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연습보다 실전 경험을 더 쌓고, 연습 때 습득한 기술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쇼트게임 등은 연습보다 실전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힘든 일정에도 말없이 잘 따라주는 선수들이 고맙다. 이곳에서 흘린 땀이 시즌 때 좋은 성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훈련의 성과는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윤채영은 퍼터의 정교함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윤채영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하나둘씩 좋아지고 있다. 특히 쇼트게임과 퍼팅에 자신이 붙었다”고 밝혔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선후배들이 함께하기에 고단함은 덜 하다. 막내 유고운(21)과 최고참 윤채영의 나이차는 일곱 살. 유고운은 “힘들 때 옆에서 땀을 흘리는 선배들을 보면 다시 더 힘을 내게 된다. 훈련이 끝나고 선배들이 ‘수고했어’라고 격려해주는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며 지옥의 문을 빠져 나갔다.

오션사이드(미 캘리포니아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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