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일본파 GK 오승훈 “제2의 김진현 도전”

입력 2015-02-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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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대전 골키퍼 오승훈은 안주하는 대신 도전하기 위해 대전행을 택했다. 5년간의 일본생활을 청산한 그는 K리그 클래식에서의 도전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가고시마(일본)|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대전시티즌 GK 오승훈

교토서 온전한 주전 불구 K리그 도전
“태극마크 단 진현이형보며 많이 배워
새 팀 대전 강등후보? 반전 보여줄것”

K리그 클래식(1부리그)으로 승격한 대전 시티즌 조진호 감독은 프로축구 최고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최전선 못지않게 단단한 뒷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골키퍼를 보강했다. 대전의 부름을 받은 이는 오승훈(27)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오승훈은 사실 ‘검증된 자원’이다. 호남대 3학년이던 2010년 도쿠시마 보르티스에 입단한 뒤 5년간 일본에서 활약하며 꾸준히 입지를 다져왔다. 도쿠시마에서 3년, 교토 상가에서 2년간 뛰었다. 특히 교토에선 거의 온전한 주전으로 골문을 책임졌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했다. 도전이 절실했다. 현실에 안주해 더 이상 ‘그저 그런’ 선수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오승훈의 무대는 J1리그도 아닌 J2리그였다. 고민 끝에 결국 K리그 입단을 모색했고, 대전과 인연이 닿았다.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일본 가고시마 동계훈련에 참가 중인 그는 “온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일본생활 초창기는 지독했다. 주변에서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무섭고 두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리그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않고 해외로 떠나면, 3년간 국내로 돌아올 수 없다’는 규정 기한이 5년으로 개정됐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 때 도쿠시마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배 배승진(안산 경찰청)의 도움이 컸다. 후배가 빠르게 적응하도록 전혀 한국말을 하지 않았다. 철저히 일본어로 대화했다. 입과 귀가 열리자 일본 선수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코칭스태프의 도움도 있었다. 프로 데뷔전인 2010년 10월 후쿠오카와의 수중전에서 오승훈은 4실점을 했다. “왜 대학생을 투입해 망신을 당하느냐”는 도쿠시마 팬들의 야유가 가슴에 박혔다. 그러나 미노베 감독은 다음 경기에도 그를 출전시켰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교토 시절 가까워진 국가대표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도 힐링이자 자극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그를 만나면서 자신도 언젠가 같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진현이 형처럼 대표팀에서 실력을 검증받고 싶었다. 형이 후보로 시작해 지금 자리에 서기까지 과정을 곁에서 보고 배웠다. 나도 일본에서 많은 걸 느꼈지만, 또 다른 나를 찾아야 했다. 챌린지(2부리그)는 의미가 없었다. 당연히 클래식 팀을 원했고, 이뤄졌다. 이제는 진가를 보일 일만 남았다.”

물론 대전이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라는 주변의 예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큰 매력을 느꼈다. 반전의 묘미다. 철벽 방어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짜릿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승훈은 “무척 행복하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선수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쉰다는 것이 이처럼 고마운지 새삼 느낀다. 어려웠던 예전을 기억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골키퍼로 남고 싶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가고시마(일본)|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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