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LPGA 우승 대우가 달라…빨리 또 하고 싶어요”

입력 2015-02-18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전에서 컷 탈락했던 김세영은 데뷔 2경기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김효주 등 거물급 신인들의 틈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중 가장 먼저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부상했다. 사진제공|THE GOLF

■ 데뷔 2경기 만에 우승컵, 김세영의 LPGA 도전기

바하마클래식 우승 후 귀국 때 환대
그 순간만큼은 김효주가 안 부러워

큰물체질 김세영, LPGA 무대가 딱!
신인왕보다 올림픽 출전이 더 욕심

“우승을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기분 더 자주 느끼고 싶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데뷔 2경기 만에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린 김세영(22·미래에셋). 첫 우승의 감동이 채 식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벌써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15일 경기도 용인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빨리 또 우승하고 싶다”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김세영은 설도 잊었다. 설 당일인 19일 오전 태국으로 떠난다. 26일부터 태국 촌부리에서 열릴 시즌 3번째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 LPGA를 겨냥해 무뎌진 칼날을 다시 가다듬는다.


● 컷 탈락하고 짐 싸서 돌아올까 고민

LPGA 투어 데뷔전이었던 코츠 챔피언십(한국시간 1월 29일∼2월 1일). 김세영은 기대가 컸다. “준비도 잘 했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김세영은 2라운드 후 컷 탈락했다. 예상 밖의 결과에 깊은 고민이 엄습했다. “경기가 끝난 뒤 ‘나랑 미국은 잘 안 맞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라고 고민했다. 옆에서 경기를 지켜본 아빠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아빠와 다짐했다. 다음 대회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고.”

데뷔전이기는 했지만, 사실 LPGA 투어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랭킹 2위 자격으로 2014년 4차례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전까지 5번의 LPGA 투어 대회에서 모두 3번이나 컷 탈락했다.

김세영의 부친 김정일(53) 씨는 더 심각한 표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LPGA 투어에 5번 출전해서 3번이나 컷 탈락했다. 나머지 2번의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세영이에게 심각하게 말했다. ‘이 정도면 LPGA 투어와 안 맞는 것 같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 미국에 온 것도 아닌데, 이럴 바엔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땐 정말 심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컨디션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경기를 되짚어보니 퍼트가 문제였다. 김세영은 컷 탈락 후 퍼트 훈련에만 집중했다. 다음 대회를 앞두고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는 퍼트 연습만 했다.

운명의 2번째 대회(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2월 6∼9일)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성적이 나쁘면 정말로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김세영은 “우승하는 경기에선 운이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공이 벙커에 빠져도 나쁜 위치에 놓여있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공이 벙커에 빠져도 좋은 위치에 놓여있었다. 이번 대회에선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종 4라운드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뒤 우승에 대한 느낌이 왔다. 5번홀(파3)이 결정적이었다. “4번홀까지 2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로 출발했다. 5번홀은 쉽지 않은 파3 홀이었다. 파 세이브만 해도 만족할 홀이었는데, 티샷이 잘 맞아 홀에 가깝게 붙었고 쉽게 버디를 했다. 그 순간 ‘이러다가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김세영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다시 버디를 낚아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우승을 확정짓는 버디 퍼트는 1.5m 정도 거리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컷 탈락 후 퍼트 연습만 집중적으로 했던 터라 넣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김세영은 “진짜 다행이다. 아마 2번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왔을지 모른다. 천만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도 “미국 무대가 딱 맞는다”며 활짝 웃었다.


● “효주가 부럽지 않네요!”

김세영은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거물급 신인들(김효주·백규정·이민지 등)의 틈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면서 신인왕 경쟁에서도 자연스레 한 발 물러나 있었다. “내심 기분이 상했다. 물론 실력으로는 (장)하나나 (김)효주가 나보다 한 수 위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신인왕 후보로 내 이름이 한번도 거론되지 않는 걸보면서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내 실력이 크게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의 평가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나에 대한 솔직한 평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극이 됐다.”

그러나 김세영은 2경기 만에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꿔놓았다. 루키 중 가장 먼저 우승 테이프를 끊으면서 단숨에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가 됐다.

김세영은 우승트로피를 들고 11일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은 그녀를 환영 나온 인파와 취재진으로 떠들썩했다. 김세영은 싫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우승을 해봤지만, 이번에는 대우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네가 큰일을 했다’며 격려하고 축하해줬다. 무엇보다 공항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와 인터뷰하는 기분이 새로웠다. 그때 비로소 우승했다는 실감이 났다. 그 순간만큼은 (김)효주가 부럽지 않았다.”


● 다음 목표는 올림픽!

김세영은 큰물에서 강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우승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큰 대회에서 우승해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중학교 2학년 때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로에서도 그녀의 ‘큰물 체질’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13년 9월 열린 한화금융클래식은 그녀를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다. 이 대회는 KLPGA 투어 중 우승상금(3억원)이 가장 큰 대회다.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단독선두로 나선 유소연에게 5타나 뒤져있던 김세영은 우승보다 2위 사수가 목표였다. 그러나 김세영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9번홀(파4)에서 이글을 기록하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고, 17번홀(파3)에선 기적 같은 홀인원을 작성하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LPGA 투어 데뷔 2경기 만에 다시 한번 큰물 체질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김세영의 목표는 더 큰물을 향하고 있다. 바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다. 그녀는 “솔직히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다. 그보다 올림픽에 뛰고 싶다. 올해 목표는 세계랭킹 10위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우승이 필요하다”고 목표를 밝혔다.

용인|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