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코치의 특별한 글러브

입력 2015-03-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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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LG투수들 공 받기 위해 왼손잡이용 특별 주문

LG 류택현 투수코치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코치가 되기로 결정한 지난해 12월 특별한 글러브(사진)를 주문했다. 왼손잡이용 미트였다.

KBO리그에는 좌완포수가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왼손포수는 극히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왼손잡이용 미트를 제작하는 곳이 거의 없다. 좌완투수였던 류 코치는 “우리나라에도 딱 한 군데서만 만든다”고 했다.

류 코치의 전용 미트는 일반 미트와 모양부터 다르다. 류 코치는 “미트는 두꺼워서 공을 받기 어렵다. 너클볼 글러브 형태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류 코치의 글러브는 포수 미트보다는 두께가 얇다. 포수미트의 경우 투수들의 빠른 공을 받기 위해 두툼하게 제작됐지만 류 코치의 글러브는 엄지부분이 얇다. 크기도 다르다. 너울너울 날아와서 떨어지는 공을 잡기 위해 너크볼 글러브는 일반 포수 미트보다 크게 제작되지만, 류 코치의 글러브는 일반 글러브보다는 크게, 일반 미트보다는 작게 제작됐다. “이렇게 해야 공을 받기 쉽다”는 게 류 코치의 설명이었다.

류 코치는 글러브를 직접 주문한 이유는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아보면서 문제점이 뭔지, 좋아진 부분이 뭔지 조언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지난해 2군에서 임지섭을 집중조련하면서 지도자로서 남다른 열정을 불태웠다. 물론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임지섭에 대해 “2014년은 흙을 빚어 도자기 형태를 만들었다면 2015년은 불가마에서 뜨거운 열을 견디는 과정”이라고 했다. 임지섭이 실전에서 부진하면 벤치에서 가장 불안한 1인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선발투수 한 명을 발굴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내하겠다는 각오다. 류 코치의 특별한 글러브가 그 방증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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