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의 오키나와 리포트] 넥센 강지광, 작년 이맘때보다 더 뜨겁다

입력 2015-03-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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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지광은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시즌에 돌입하자 자취를 감췄다. 2군에서의 1년, 팀이 준우승하는 장면을 TV로 봐야했지만 인고의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2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서 2점홈런을 날리는 등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지난해 봄 ‘한국산 푸이그’로 기대 한몸
잇따른 부상으로 1년 내내 재활 매달려
연습경기 홈런포…올해 1군 입성 예약
“다신 아프면 안 된다” 책임감까지 갖춰

올 시즌도 작년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파괴력 넘치는 힘과 호쾌한 스윙이 그렇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멘탈(정신력)도 강해졌다.

1년 전. 애리조나(미국)와 오키나와(일본)를 거친 넥센의 스프링캠프는 오로지 한명의 선수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이전까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강지광(25)이 그다. 그해 ‘봄 캠프’ 연습경기에서 10안타(2홈런 포함)에 타율 0.400(25타수10안타)을 때렸다. 시범경기서도 날았다. 8일 개막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12경기에서 타율 0.294(34타수10안타) 3홈런을 날렸다. ‘한국산 푸이그’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곧장 엄청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됐다.


● 잃어버린 1년, 그리고 얻은 깨달음

그러나 강지광은 기대와 달리 조용히 발자취를 감췄다.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후 온전하게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어 2군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맞은 2014시즌 개막전. 4월1일 LG전에서 2홈런을 때려내며 다시 한번 폭발력을 보여줬지만 다음날 뜻밖의 부상을 당했다. 투수 견제에 맞춰 1루로 귀루하던 도중 왼쪽 엄지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부분 인대파열이었다. 운동을 멈출 수 없어 하체 위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버티고 버텼다. 재활을 마치고 5월22일 마침내 기다리던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하지만 이 경기(목동 한화전)가 처음이자 마지막 1군 무대가 될 줄 몰랐다. 6회 대타 후 7회 우익수로 출전했으나 고동진의 타구를 쫓다가 중견수 이택근과 충돌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택근의 부상을 염려하다가 이내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과 함께 시즌을 마감했다.

강지광은 인천고 재학시절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지는 투수 유망주였다. 그러나 팔꿈치부상으로 2009년 입단 첫해 수술대에 올랐고, 군 입대(상근)했다. 제대 후 타자로 전향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넥센으로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2014년 마침내 빛을 보려는 찰라 다시 부상으로 스러졌다. 강지광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조금만 다쳤으면 다시 경기에 나섰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부주의한 나를 자책하고 원망했다. 다신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재활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특히 TV로 넥센의 준우승 과정을 지켜보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에 뛰든 안 뛰든 그라운드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많이 힘들었다. 당시 간절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작년 수술 후 아무것도 안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라운드에서 움직이면 몸이 배우지만 병원과 재활을 거치면서 (성숙을) 배웠다”고 했다.


● 새롭게 주어진 1년, 그리고 얻은 책임감

강지광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이번 캠프를 준비했다. 염 감독은 애리조나에서 가진 강지광과의 면담에서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것은 ‘야구선수처럼 플레이하라. 무턱대고 앞만 보지 마라. 이택근이나 유한준처럼 시야도 넓히고 앞을 내다보는 플레이를 해라. 힘을 내세워 직진만 하지 말고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정확히 의표를 찔렀다. 그래서 그는 여느 때보다 조심스레 몸을 만들고 있다. 애리조나 캠프 초반까지 몸 상태는 90% 수준이었다. 100%에 도달했다고 느껴지면 빠른 발을 활용한 주루플레이도 시도해 볼 참이다.

강지광은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화전(2일)에서 미치 탈보트를 상대로 2점홈런을 때려내며 식지 않은 타격감을 보였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변함없는 활약이다. 팀 내 위치는 달라졌다. 작년엔 2군에서 시즌을 맞았다면, 올해는 1군에서 시작할 전망이다. 염 감독은 강지광을 중요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은 굉장히 치열하고,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하다. 선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강)정호형이 빠진 공백을, 열정만큼은 반드시 이어나가고 싶다”고 듬직하게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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