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끊을 수 없는 ‘악마의 유혹’ 포크볼

입력 2015-03-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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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볼은 ‘악마와의 계약’일까. 포크볼은 타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변화구이지만 팔꿈치 부상이라는 치명적 약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넘버원 포크볼러’인 롯데 조정훈이 복귀하면서 포크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8일 사직구장 시범경기에서 볼을 던지고 있는 조정훈. 그는 이날 32개의 공 중 포크볼을 10개나 던졌다. 스포츠동아DB

■ 조정훈을 통해 본 포크볼과 부상


낙차 큰 포크볼 투수들 팔꿈치 부상의 적
일본선 중지·약지 써 부상위험 줄이기도
정명원코치 “직구스피드는 저하될 수 있다”


‘넘버1 포크볼러’ 롯데 조정훈(30)이 돌아왔다. 조정훈은 2009년 14승을 거두며 롯데의 포스트시즌을 이끌었다. 그해 총 2644개의 공을 던졌는데 약 30%가 포크볼이었다. 무려 793개에 이른다. 그 후 무려 두 번이나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했다. 8일 1730일 만에 공식 경기 마운드에 다시 선 조정훈은 이날 총 32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포크볼은 30%가 넘는10개였다. 조정훈은 복귀를 준비하며 “포크볼 때문에 수술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귀하면 다시 포크볼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포크볼. 그것은 ‘악마와의 계약’으로 일컬어진다. 눈앞에 당장 달콤한 성취가 있지만 그보다 몇 배 더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가는 부상이다. 그러나 조정훈처럼 ‘악마와의 계약’을 부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포크볼과 부상. 그 함수관계는 무엇일까.


● 검은 유혹 스크루볼 그리고 포크볼

1981년 왼손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는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신인상과 사이영상을 동시에 휩쓸었다. 좌타자 기준 몸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스크루볼 앞에 당대 최고 타자들이 헛스윙을 연발했다. 발렌수엘라는 1986년 21승을 거두는 등 한동안 리그를 압도적으로 지배했다. 300승 투수 같은 강렬한 모습이었지만 173승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미 1980년대에도 스크루볼은 치명적인 부상 위험을 때문에 사라져 가는 공이었다. 지도자들도 가르치기를 주저할 만큼 치명적인 유혹을 품고 있었다. 발렌수엘라가 다저스의 에이스, 사이영상 수상자가 된 것은 스크루볼의 축복이었지만 롱런 하지 못한 것은 스크루볼의 저주였다.

타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변화구이자 알고도 삼진을 당한다는 포크볼은 스크루볼에 이어 ‘악마와의 계약’ 혹은 ‘악마와의 거래’라는 어두운 별칭을 갖고 있다. 일본에선 포크볼이 투수가 꼭 갖춰야할 필수 구종이자 가장 위력적인 변화구로 여긴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 마이너리그 유망주에게 잘 가르치지 않는 기피 구종이다. 포크볼에 비해 떨어지는 낙차 폭이 적은 스플리터를 던지는 투수는 자주 볼 수 있지만 포크볼 투수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유다.


● 과연 악마와의 치명적 거래일까

많은 포크볼 투수들은 그 부상의 위험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동현(LG), 이용찬(두산), 정재훈(롯데) 등 대표적인 포크볼 투수들이 큰 부상과 수술을 겪었다.

많은 지도자들은 포크볼은 공이 마지막까지 팔의 힘을 싣고 날아가는 다른 구종과 달리 낙차 큰 변화를 위해 빠져버리기 때문에 그 충격이 팔꿈치에 전달된다고 분석한다. 통산 210승 투수인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은 “정답을 찾기 힘들다. ‘그럼 왜 일본 투수들은 부상이 적나?’라는 말에 해답을 찾기 어렵다. 다만 최근 일본은 검지와 중지가 아닌 중지와 약지에 공을 끼고 던지는 포크볼이 유행이다. 팔꿈치에 충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포크볼이 직구 스피드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많은 투수들과 코치들이 의견을 같이 한다. 던지는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고의 포크볼 투수였던 정명원 kt 투수코치는 “포크볼 자체가 부상위험이 높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다만 직구 스피드 저하 부작용은 분명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구 위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포크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필연적으로 강한 직구가 있어야 위력이 더해지는 공 특성상 양쪽 모두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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