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롯데야구단 CCTV 사찰’ 변죽만 울린 인권위 발표

입력 2015-03-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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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롯데야구단의 CCTV 사찰’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핵심 조치는 롯데야구단에 대해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지가 답일 텐데 인권위는 왜 변죽만 울렸을까.

스포츠동아는 11일자에 인권위의 ‘롯데 야구단의 CCTV 사찰에 관한 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전 국민적 관심을 끄는 사안인지라 인권위는 11일 오전 기자에게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가 밝힌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건 당사자인 롯데가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게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선수들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권고를 한 것은 인권위가 수사기관이 아니고 조사기관이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권고를 내릴 순 없다. 롯데에 권고를 안 한 것이 아니라 원칙상 못하는 것이다. 규정상 사기업이나 개인에겐 권고를 할 수 없다.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게 아니다. ▲이번 발표로 사건은 끝난 게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 65조 위반에 의거해 고발 권한이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인권위 결정문을 완성한 뒤, 공문 발송을 시행할 것이다. 다만 너무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인지라 ‘팩트’를 먼저 알리기로 판단한 것이다. 일종의 중간발표인 셈이다. 여자축구선수 박은선 선수 인권침해 때도 결정문을 완성하기 전 미리 발표가 나갔던 전례가 있었다. ▲행자부에 롯데 야구단의 고발을 권고하는 ‘원안’은 없었다.

그러나 인권위가 밝힌 내용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은 “왜 사건 발표와 후속 조치를 한꺼번에 안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11일 인권위 발표는 ‘롯데 야구단이 인권침해를 했다’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내용을, 롯데가 일찌감치 인정하고 사과한 내용을 인권위가 재탕한 수준이다. 정작 인권위에 기대한 일은 ‘인권침해를 저지른 롯데야구단에 대해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지를 권고하는 일’인데 이것은 뒤로 미뤄놓은 것이다.

인권위의 추가 조치에 관한 배경을 놓고도 심 의원 측 얘기는 다르다. “의원실에서 (인권위 발표를 앞두고) 11일 아침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인권위 정책파트에서 ‘이게 전부가 아니다. 추가적 보완을 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 측은 ‘왜 인권위의 발표가 이 수준에 그쳤는지, 여기에 롯데그룹의 영향력은 없었는지에 관한’ 후속적 문제제기를 약속했다.

인권위는 자신들이 밝혔듯이 곧 행자부 장관에게 인권위 결정문을 공식 발송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심 의원 측에서 제기한 것처럼 이번 결정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영향력이 없었는지에 관한 의문점도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한편 인권위 발표 직후 롯데 야구단은 11일 또 사과문을 냈다. ‘롯데 사태’가 터진 뒤 6개월 동안 3번째 사과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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