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를 배려한 슈틸리케 이별법

입력 2015-03-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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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동아닷컴DB

■ “한국 축구의 아이콘 차두리, 마지막 경기서 박수 받고 떠나라”

소극적인 은퇴식 보다 은퇴경기 주문
3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 선발로 기용

이제 그에게 “I‘ll be back”이란 없다. ‘차미네이터’는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태극마크와 작별을 고한다.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두리(35·FC서울)의 국가대표 은퇴경기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27일·대전), 뉴질랜드(31일·서울)와의 평가전에 나설 23명의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차두리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차두리는 1월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을 발표하기 전 차두리와 직접 면담했다. 분명하게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A매치 70회 이상 출전을 은퇴식 개최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차두리는 A매치 75경기를 소화해 이 자격요건을 충족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전까지는 전반전 종료 이후 은퇴식을 하는 다소 소극적인 은퇴행사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차두리에게는 단순한 은퇴식이 아닌 은퇴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그는 대표팀을 위해 자부심을 갖고 활약한 선수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차두리는 대표팀이 우즈벡전을 치르고 서울로 복귀한 이후인 29일 오전 훈련부터 합류한다. 31일 뉴질랜드전에는 선발로 출격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만약 내가 선수라고 해도 하프타임에 관중석에서 내려와 꽃다발을 받고 은퇴하는 것보다 은퇴경기를 직접 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차두리가 선발로 나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전반 종료 2∼3분 전에 교체해 기립박수를 받을 기회를 주고 싶다. 이후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대표 은퇴식이 열리는 경기에서 해당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황선홍(포항 감독)과 홍명보(전 대표팀 감독) 역시 2002년 11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은퇴경기와 은퇴식을 동시에 치렀다. 당시 홍명보는 선발 출전해 72분을 소화했고, 황선홍은 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투입돼 팬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차두리도 후반 교체선수로 출전했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를 대체할 라이트백 자원에 대한 실험도 예고했다.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해당 선수와 공감대를 쌓은 뒤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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