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차범근 전 감독님과는 다른 내 길을 개척하겠다”

입력 2015-03-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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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레버쿠젠의 홈구장 바이아레나 앞에서 스포츠동아 창간 7주년을 축하하는 사인지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레버쿠젠(독일)|박종민 통신원

손흥민이 레버쿠젠의 홈구장 바이아레나 앞에서 스포츠동아 창간 7주년을 축하하는 사인지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레버쿠젠(독일)|박종민 통신원

■ 본지 창간 7주년 스타 인터뷰

우승 문턱서 패…저절로 눈물 나더라
그래도 울보라고 놀리지 말아주세요
분데스리가 제패·챔스리그 평정 목표


초록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크고 당당한 거인처럼 비쳐지지만, 실은 눈물 많고 감수성 예민한 영건이다. 한국축구가 아팠을 때 손흥민(23·레버쿠젠)은 항상 울었다. 최선을 다했던, 모든 힘을 쏟았던 거친 승부를 마친 뒤 한국의 패배를 알리는 전광판 스코어를 바라보면서 그가 내쉰 한숨과 탄식에 축구팬들은 물론 온 국민도 함께 울었다. 1월 2015호주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난 뒤에도 손흥민은 울었다. 반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주먹으로 땅을 치며 눈시울을 붉혔던 그는 아시아 정상을 놓고 맞붙은 개최국 호주와의 120분 혈투 후 다시 눈물을 쏟았다. 이렇듯 손흥민의 눈물은 대개 ‘오늘의 아픔’에서 비롯되지만, 다른 의미도 담고 있다. 비록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똑같은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승리를 향한 열망이다. 스포츠동아 창간 7주년 인터뷰의 첫 질문도 ‘울보 손흥민’이었다.


● 울보 손흥민


-팬들은 종종 ‘울보’라고 부르더라.

“축구선수는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승리의 기쁨을 느끼자마자 패배의 슬픔이 찾아오곤 한다. 당연히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서로 다르다. 아시안컵 결승에 힘겹게 오르고, 우승 문턱에서 꿈이 꺾이고 나니 눈물이 그치지 않더라. 그래도 놀리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랑하는 남자’다. 사랑의 대상은 당연히 축구다. 이곳 독일에서 언젠가 들었던 표현인데, ‘축구는 스포츠보다 위대하다’고 하더라. 축구는 날 남자로 만들어주고, 서로를 돕도록 하고, 열정을 쏟게 한다. 앞으로 계속 발전해나갈 내일의 손흥민도 축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힘겨울 때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솔직히 한 경기를 위해 준비하고, 실전을 뛰고 나면 외로울 틈도 없다. 물론 기계가 아닌 만큼 힘들 때는 있다. 그런 느낌을 받으면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낮잠, 쪽잠, 새우잠 등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잔다. 어쩌다 여유가 생기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비디오축구게임을 즐긴다.”


-다른 삶을 사는 자신을 상상해봤나.

“오직 축구, 또 축구다. 만약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진로를 바꿨을지 모른다. 아마, 희망조차 없었다면 내 스스로 포기하기 전에 아빠(손웅정)가 축구를 그만두게 하셨을 거다. 다행히 내게는 견딜 만한 시련과 도전이 주어졌다.”


● 태극전사 손흥민


-유독 대표팀에서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것 같다.


“같은 목표로, 함께 땀 흘린 형들과 친구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 경기를 이기기 위해 모두 함께 준비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얼마 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행이 좌절됐는데, 지난해 브라질월드컵과 올해 초 호주아시안컵 모두 똑같다. ‘내가 더 잘하지 못해’,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 눈물이 나더라.”


-아시안컵 결승 때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고 관중에게 뭔가 외쳤는데.

“‘꼭 이기겠습니다’였다. 오래 기다린 우승트로피가 다시 한 번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에 절로 관중석을 향하게 됐다. 분위기가 정말 굉장했는데, 혹시 알아들으신 분들이 계신지 궁금하다.”


-국가대표 손흥민은 어떤 꿈을 꾸는가.

“당당히 말하고 싶다. 아시안컵 우승, 그리고 월드컵 결승 진출이다. 부디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그날을 기다리고 기대하겠다.”


● 빅리거 손흥민


-박지성(은퇴), 차두리(FC서울) 등 베테랑들이 ‘손흥민은 이미 위대한 선수가 되고 있다’고 했다.

“(박)지성이 형은 롤모델이다. 형처럼 되려면 난 한참 멀었다. 그런 훌륭한 선배들이 좋은 말을 해주셨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경기, 행복한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출전하는 경기마다 불과 몇 분을 뛰는데 그칠지언정, 종료 휘슬이 울리면 쓰러질 때까지 뛰겠다고 항상 다짐한다.”


-독일에서도, 국내에서도 항상 차범근 전 감독과 비교대상이 되고 있는데.

“주변에선 쉽게 비교할 수 있겠지만, 까마득한 후배 입장에서 그 분은 어마어마한 존재다. 꼭 그 분을 따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엄두도 나지 않는다. 다만 내 나름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동아 독자 여러분도 각자 분야에서 저마다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을 거다. 나 역시 모든 분들의 성공을 기원하겠다.”


-프로선수로서 포부가 있다면.

“아마 모든 선수들의 입장이 같을 거다. 생각도 비슷하리라 본다. 유럽, 그리고 독일에서 뛰고 있는 나로선 꼭 분데스리가를 제패하고 싶다. 컵대회도 그렇고, 번번이 빗겨가긴 하더라도 챔피언스리그 역시 반드시 평정하겠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레버쿠젠(독일)|박종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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