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리우올림픽 출전 요건 ‘또 다른 딜레마’

입력 2015-03-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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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18개월 자격정지, 수위는 낮췄지만…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박태환(26)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열렸지만, 대한체육회 규정등 여전히 풀어야 할 실타래가 있다. FINA는 23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도핑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했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는 박태환과 그의 국내 변호사, 스위스의 도핑 전문 법률대리인, 대한수영연맹 이기흥 회장(대한체육회 부회장), 정일청 전무이사, 대한체육회 김지영 국제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FINA는 청문회 종료 직후인 24일 새벽 홈페이지를 통해 “박태환의 선수자격을 18개월 동안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박태환은 징계 소식이 알려진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극비리에 귀국했다. 박태환은 곧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할 예정이다.


수영연맹, 청문회 앞서 FINA지한파 설득
‘약물징계 만료 3년 지나야 국가대표 자격’
대한체육회 새 규정이 올림픽 출전 발목
“이중처벌”개정 의견…“특혜” 반대도 팽팽
박태환 극비 귀국…조만간 사과 기자회견


● 예상보다 징계 수위 낮아진 배경은?

징계는 첫 도핑테스트를 받은 지난해 9월 3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만료일은 2016년 3월 2일이다. 이로써 박태환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6개의 메달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만약 FINA의 처분에 불복할 경우 21일 내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

FINA 도핑 규정에 따르면, 당초 박태환의 징계 수위는 자격 정지 2년이 유력했다. 리우올림픽 출전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박태환과 마찬가지로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된 에반드루 비니시우스 시우바(브라질), 옥사나 마르추크(우크라이나) 등도 모두 2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박태환이 금지약물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테스토스테론을 맞았다”고 수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FINA의 징계 감경 사유가 될 순 없다. 경쟁자 등이 고의적으로 음식물에 금지약물을 주입하지 않은 이상, 해당 선수에게 주의·예방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수영연맹은 스포츠외교력을 십분 발휘했다. 해명 과정은 당일 4시간의 청문회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들은 이미 19일 출국해 지한파로 알려진 FINA 관계자들에게 검찰 수사 결과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달 초에는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점검차 극비 방한한 코넬 마르쿨레스쿠 FINA 사무총장과도 교감을 나눴다.


● 대한체육회의 딜레마

이제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는 대한체육회의 결정에 달렸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장 5조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 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선수 및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달영 변호사 등 법조계 일각에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 같은 조치는) 이중 처벌이므로 무효’라는 CAS의 판결을 받아들여 이미 2011년 11월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공문을 전달했다. 따라서 대한체육회의 규정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역시 “당시 개정 과정에서 IOC의 지침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 새로 만든 규정을 1년도 안돼 박태환을 위해 개정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원칙론 역시 굳건하다. 대한체육회 최종삼 경기력향상위원장(태릉선수촌장)은 “룰을 바꾸려면 그에 대한 당위성을 제기해야 한다.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다.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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