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고 3개팀, 외인타자 서울의 봄은 없다

입력 2015-04-16 15:0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잭 한나한-잭 루츠-브래드 스나이더(왼쪽부터). 사진제공|LG 트윈스·스포츠코리아·넥센 히어로즈

잭 한나한-잭 루츠-브래드 스나이더(왼쪽부터). 사진제공|LG 트윈스·스포츠코리아·넥센 히어로즈

‘서울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적어도 서울 연고 3개 팀의 외국인타자들에게는….

올 시즌 초반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15일까지 NC 에릭 테임즈는 13경기에서 7홈런,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는 15경기에서 6홈런을 때리며 폭발적인 홈런 페이스로 이 부문 선두권을 형성했다. 팀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KIA 브렛 필과 롯데 짐 아두치는 당초 기대와 달리 팀의 초반 순항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용병타자들도 있다. 공교롭게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 잭 한나한(35)과 두산 잭 루츠(29), 그리고 넥센 브래드 스나이더(33)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 서울 연고 외인타자들의 한파

1군에서 활약해야 할 이들 외국인타자는 15일 현재 각기 처한 신분이 다르다. 스나이더만 1군 경기에 꾸준히 나설 뿐, 루츠는 2군으로 내려갔다. 한나한은 아직 1군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했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무엇보다 한나한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제대로 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1월 중순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했지만,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며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오키나와로 옮겨서도 마찬가지. 결국 캠프를 완주하지 못하고 먼저 한국으로 왔다.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은 없지만 통증은 계속됐다. 시범경기와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재활군에서 시즌을 맞았다.

한나한은 경기도 이천에서 배팅과 가벼운 수비훈련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1군 데뷔 시점을 4월말로 잡고 있는데, LG로선 전력질주가 가능한지를 판단한 뒤 투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LG는 3루수를 맡기기 위해 한나한에게 연봉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투자했다. 메이저리그 경력만 600경기가 넘을 정도라 기대를 모았으나, 지금까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팀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루츠는 8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갔다. 5일 사직 롯데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뽑았지만 고질적 허리통증이 재발했다. 시범경기에서 2홈런을 날리며 기대를 샀으나 정규시즌 6경기에 선발출전해 타율 0.136에 그쳤다. 부상전력이 많아 안심할 수 없다.

스나이더는 경기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그러나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밀리며 15일까지 1할대 타율(0.189)에 머물렀다. 홈런은 한 개도 없었다. 6번에서 시작한 타순은 어느새 8번까지 떨어졌다. 팀도 덩달아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 가장 외국인타자 잔혹사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 많은 선수들이 시즌 초반 퇴출됐다. 그 중 가장 먼저 짐을 싼 선수는 호세 말레브. 2000년 해태 유니폼을 입었지만 4월 5일 개막 단 하루 만에 서류상으로 완전 퇴출됐다. 정확히는 3월 26일 보따리를 싸서 떠났는데, 그는 한국에 들어올 당시 운동화에 실탄을 넣어 오다 공항에서 발각된 ‘웃픈 해프닝’의 주인공으로만 이름을 남긴 채 출국했다. 해태의 또 다른 외국인선수 에디 피어슨은 나중에 현대에서 뛰었지만 팀 합류를 미루면서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4월 6일 등록 말소되기도 했다. 이밖에 2001년 롯데 아지 칸세코 등이 개막 직후 짐을 싸서 돌아간 선수다. 작년 LG의 3루수 조쉬 벨은 시즌 초반 홈런 레이스를 이끌며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7월 2인 웨이버공시되면서 한국무대를 떠나기도 했다.

올 시즌 서울 3개 팀은 공식적으로 외국인타자의 퇴출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 정확히는 이들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계속 부진과 부상이 이어진다면 퇴출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다른 구단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이 빛날수록 소속 구단의 근심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서울 3개 구단의 외국인타자들에게 봄은 올까. 이들의 가세 없이는 팀도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