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국내판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CLC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5-04-16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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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C,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한류가수들의 활약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 연예계 소식에 그리 관심이 높지 않은 국내에서도 일본 최고 인기 걸그룹이 AKB48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AKB48이 어떤 그룹인지를 물으면 대답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5년 아키모토 야스시가 결성한 AKB48은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를 거점으로 AKB48 전용극장에서 정기 공연을 펼쳐온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며, AKB란 아키하바라의 약자이다.(마찬가지로 자매그룹인 SKE48, NMB48, HKT48은 각각 아이치현, 오사카시, 후쿠오카현 등의 지역 거점이 있다)

또한 모든 멤버들은 A, K, B, 4, 8으로 나뉜 팀 한 곳에 반드시 소속되며, 48은 상징적인 숫자로 현재 AKB48에 소속된 멤버는 정규와 비정규를 합쳐 100여명을 훌쩍 넘어간다. 기본적으로 AKB48의 멤버들은 모두 전용극장에서 공연을 펼치며, 이중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선정된 '선발 멤버'들이 싱글 녹음 등의 활동을 하는 식이다.

갑자기 웬 뜬금없는 AKB48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AKB48의 콘셉트와 활동방식은 현재 국내 아이돌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실제 그 영향을 받은 그룹이 가요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그룹 ‘CLC’와 공연형 아이돌을 표방한 ‘비비디바’다.

국내 최초 극장형 아이돌을 표방한 비비디바. 아쉽게 정식데뷔는 잠정 연기된 상태이다. 사진|DN엔터테인먼트


물론 이들이 대규모의 멤버를 구성돼 치열한 오디션과 승격과 강등 시스템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그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비비디바의 경우 대학로의 전용극장을 두고 정기공연을 계획해 DHR48이라는 별명도 얻었으나 공연 시작과 데뷔싱글 발표를 한달 앞두고 갑작스럽게 데뷔를 잠정 연기해 아직 제대로 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는 몇몇 게임 방송 출연과 팟캐스트 등으로 활동하며 인지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부터 집중적으로 살펴 볼 CLC는 조금 특수한 경우다. 이들이 대중들과 만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버스킹으로, 데뷔 이전부터 이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 홍대 놀이터에서 꾸준히 버스킹을 진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의 버스킹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으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간 같은 곳 같은 시간 버스킹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CLC는 단순한 가창을 넘어 기타와 건반, 퍼커션 등을 연주하며 꽤나 본격적인 버스킹을 선보여 '음악인들의 거리' 홍대에서도 좋은 평을 듣고 있다.

CLC 데뷔 쇼케이스 당시 모습. 사진|동아닷컴 DB


사실 이들의 소속사인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손꼽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든든한 배경을 지닌 CLC가 데뷔 전 얼굴 알리기를 넘어 데뷔 후까지 버스킹을 이어가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CLC는 버스킹 직전인 일요일 오후 SBS 음악프로그램 '인기가요'의 출연이 있는 날에도 방송 이후 곧바로 홍대 놀이터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큐브 엔터테인먼트 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8개월간 CLC 멤버들이 그 자리를 지키며 직접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고 노래한 것이 큰 의미가 됐다. 멤버들 스스로 버스킹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또 아직도 음악방송이 아닌 버스킹에서 CLC를 처음 만나는 팬들이 많다. 방송무대에선 보여주지 못한 CLC의 다양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 생각해 당분간 버스킹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CLC의 멤버들 역시 "버스킹은 오히려 우리에게 휴식같은 시간이다"라며 "직접 팬들 앞에서 노래하고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우리에게 활력을 준다"라고 버스킹을 이어가는 이유를 밝혔다.

CLC의 이같은 꾸준한 버스킹은 분명 효과가 있다. 버스킹을 시작할 당시에는 '예쁘장한 여자애들이 버스킹을 한다'정도의 호기심에 수십여명의 관객들만이 모이던 수준이 지금은 공연 시작전부터 백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정도로 홍대 유명인사가 되고 있다.

실제 CLC의 버스킹 현장을 찾는 사람 중에는 고정적으로 현장을 찾는 외국인 팬도 있으며, 전문가 수준의 녹화 및 녹음 장비를 챙겨 이들의 공연모습을 담아가는 열혈팬들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팬들이 '언제나 만나러 갈 수 있는 공연형 아이돌'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CLC 홍대 버스킹 모습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공연형 아이돌은 그 특성상 '성장형 아이돌'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내 아이돌 시스템은 '연습생 제도'를 통해 데뷔부터 이미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공연형 아이돌의 경우 정식 데뷔전부터 버스킹과 소극장 무대가 하나의 트레이닝 과정으로 포함되면서, 점점 능숙해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갖추는 게 목표이다.

이 때문에 초기 모습을 봐온 팬들은 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커간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여타 아이돌보다 높은 충성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음악팬들이 현재 국내 아이돌 시장을 두고 자주 거론하는 비판이 '획일화'이다. 즉 거의 다 비슷비슷한 콘셉트와 음악을 추구하면서 개성을 상실했다는 것으로, 한 관계자는 "국내 가요계엔 소규모 공연이 활성화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데뷔전부터 많은 투자가 필요한 아이돌 제작환경 탓에 거의 모든 제작자들은 다들 비슷비슷한 '성공공식'만을 쫓을 수밖에 없다. 자유롭고 참신한 기획이 나오지 않는 이유"라며 "소규모 공연이 활성화되면 각자 자신들의 특색과 매력을 어필할 기회가 많아지고 팬층 역시 다양하게 형성할 수 있다. 반드시 체조경기장에 서는 것만이 인기의 절대척도라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AKB48이 처음 극장공연을 개최할 때 관객은 총 72명, 이중 65명은 극장 관계자였고 일반 관객은 단 7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AKB48은 일본 역대 여성 그룹중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최고의 아이돌 그룹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과연 국내판 '만나러 갈수 있는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CLC가 국내 아이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CLC 홍대 버스킹 모습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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