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파란만장 제작 발표회, 그들은 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나

입력 2015-05-07 0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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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DB

파란만장 제작 발표회, 그들은 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나

무슨 일이든 시작이 반이다. 나중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끝을 맺게 되더라도 시작이 좋아야 그 동력으로 끌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 경기에서도 항상 시즌 초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프로그램의 시작은 무엇일까. 얼핏 보기엔 첫 방송이 시작지점인 것 같지만 출발선은 따로 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들이 쏟아져야 마땅한 제작 발표회가 모든 드라마의 출발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제작 발표회가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번 현장유감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참 많은 제작 발표회 이야기를 들여다 보기로 한다.

사진=동아닷컴DB



○예능으로 던졌는데 다큐로 받는 자폭형

제작 발표회에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발언의 수위다. 적절한 범위 내에서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 욕구를 자극할 만한 이야기가 나와야 하되 스포일러는 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제작 발표회에서 이들은 배우들에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흥미를 유발할 만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갖은 속코너와 질문들을 준비하고 출연자들을 맞이한다.

문제는 이걸 받는 출연진들이 좋은 리액션을 해주지 않을 때 일어난다. 예를 들면 유기농 라이프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의 출연진이 "가마솥을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구에 마지못해 한다거나 공인 점을 감안해 마련한 이상형 월드컵 이벤트를 진지하게 난처해 하는 경우다.

특히 자유분방한 개성을 가진 배우가 제작 발표회에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거나 선배를 호구로 표현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예능으로 받아낸 케이스로 태도논란에 휩싸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제공=CJ E&M


○적은 내부에 있다…코디가 알고 보니 안티


어느 제작 발표회든 순서는 대개 유사하다. 포토타임이 먼저 진행되고 공통 인터뷰, 라운드 인터뷰 순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사진 기사보다 텍스트가 빠를 수 없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제작 발표회에서 사진이 가지는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출연자들도 의상에 굉장한 공을 들이는데 여기서 돌연 내부의 적이 탄생한다. 바로 스타의 의상을 책임지는 코디네이터들이다.

안티가 된 코디라고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미필적 고의다. 연예인들을 못나게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고만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드라마에서 완벽한 수트 자태를 보여준 조동혁에게 강렬한 빨간 목티를 입혀 그를 ‘형님’으로 만들어 버린 사건과 여배우의 핏에 맞지 않은 큰 드레스를 골라줘 마치 엄마 옷을 급하게 빌려입고 나온 듯한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하라는 진행은 안보고. MC가 함정 카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작 발표회에서 사회자가 차지하는 중요도의 비중은 크다.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받아 쓰려는 취재진이 만든 침묵을 깨는 것도 질문을 봇물처럼 쏟아내게 만드는 것도 사회자의 역량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MC가 묘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해당 연예인에게 민감한 사안이라서가 아니라 사전 조사의 부족이나 과한 웃음 욕심이 빚어낸 참극이 벌어진다.

한 드라마 제작 발표회 당시 주연 배우였던 남자 배우는 전속계약분쟁으로 꽤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이 때 그는 "출연을 제안해 준 감독님을 많이 기다리게 했다"면서 유감의 뜻을 밝혔는데 이때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는 그의 사정을 전혀 몰랐었는지 "왜 감독님을 기다리게 하셨느냐"고 물었다. 사전조사 부족으로 꺼내기 싫은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고 만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함께 제작 발표회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하는 취재진을 비꼬는 사회자도 등장한다. 포토타임에 골고루 시선처리를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우리가 갑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을이었다"는 민감한 농담을 하는 경우다.

거기에 운동삼아 복싱을 하는 여배우에게 예능 제작 발표회에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경기는 어떻게 봤느냐"고 묻거나 십 년도 더 된 CF 속 연기를 보여달라는 건 웃음보다는 제작 발표회의 맥을 가차없이 끊는 행동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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