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소속팀 잔류, 아시안컵 전 결정”

입력 2015-05-07 2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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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며 축구대표팀 넘버3 골키퍼에서 넘버1 골키퍼로 발돋움한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소속팀 잔류 배경을 밝혔다.


아시안컵 후 김진현의 거취는 뜨거운 관심사였다. 다른 팀의 러브 콜이 쇄도했고, 세레소 오사카가 2014년 17위로 2부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진현은 아시안컵에 가기 전부터 팀 잔류를 결심했다.


다음은 김진현 일문일답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


“세레소에 입단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경험하는 2부 리그다. 주빌로, 오미야 등 쟁쟁한 팀들이 있어 쉬운 경기가 없고, 레벨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


-호주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해 다른 팀으로 충분히 이적할 만한 상황이었다. 잔류를 결심한 이유는.


“계약기간은 내년까지 남아 있다. 아시안컵에 가기 전에 잔류를 결심했다. 대표팀에 집중 못할 것 같아 빨리 결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골키퍼는 가장 뒤에 위치한 책임감이 강한 포지션이다. 내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팀과 서포터스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쉽게 떠나기 힘들더라. 더 좋은 팀에서 좋은 경험을 해야 하는 나이라 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좋은 상황에서 떠나는 건 괜찮지만, 안좋은 상황에서 떠나기 싫었다. 안 좋다고 더 좋은 쪽으로 나가는 건 남자로서 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축구인생 뿐만 아니라 은퇴 후 인생에서도 시련이 닥치면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제게 가장 행복한 일인데 이런 일(강등) 가지고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지역 라이벌 감바 오사카가 2년 전 강등됐다가 지난해 승격해 4관왕에 올랐다.


“J1리그에서 떨어진 팀들은 거의 1년 만에 다시 올라가더라. 우리 팀은 포를란, 야마구치 호타루 등 훌륭한 선수들이 잔류했다. 초반에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승격은 당연히 시키고 싶고, 승격이 다가 아닌 저로 인해 팀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세레소 오사카는 현재 8위(5승3무4패)다. 하지만 세레소 오사카 많은 팬들은 훈련장까지 찾아와 김진현의 등번호 21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변함없이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로서 책임감을 더 느끼겠다.


“동료들이 요즘 외국 선수인 것을 가끔 까먹는다(웃음). 일본은 선수회 모임 때 일본선수들만 모인다. 난 안 오면 왜 안 오냐고 묻는다. 7년째 뛰어서 그런가보다. 가끔 급할 때 일본어 리액션이 나올 때가 있다. 대표팀에서도 모르고 일본어로 말한 적이 있다. 형들이 ‘뭐라는거야’라며 못 알아들었다(웃음)” 김진현은 일본 오사카 사투리를 썼다.


-비주류에서 주류가 됐다.


“난 사실 J리그로 도망 왔다고 생각한다. 프로 입단 당시 K리그에는 쟁쟁한 골키퍼들이 많았고,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곳에 와서 J1리그로 승격하겠다는 간절함, 팀에서 주전으로 나서겠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김보경과 세레소 오사카에서 2년간 같이 뛰었는데.


“보경이 있을 때가 참 편했다. 보경이가 잘했으니깐. 그런데 저만 버리고 갔네요. 대표팀에서 만나면 방도 같이 쓴다. 보경이가 ‘형 빨리 이것 좀 해요'라며 매번 괴롭힌다(웃음)”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아시안컵은 내 인생의 반환점이었다. 대표팀에 들어가도 줄곧 3번째 골키퍼였다. 직접 부딪혀보니 책임감 등 모든 면에서 와 닿았다. 제2의 축구인생이 시작됐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해준 말 중 와 닿았던 말은.


“아시안컵 기간 중 특별한 말씀이 없으시다가 준결승 승리 후 ‘한국에서 이제까지 누구도 하지 못했던 5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네가 하고 있다. 자신감 있게 해라’고 말씀해주셨다. 가슴에 와 닿았다.”


-2010년 무릎 연골을 들어냈다고 들었다. 농구 조동현(kt 감독)도 무릎 연골이 없다.


“예전에 다친 부상에 대해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부상 때문에, 2부 리거이기 때문에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경기력에 지장 받는 건 없다. 농구는 코트에서 뛰니 더 힘들 것이다. 연골이 없으면 쿠션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쿠션이 없으면 충격이 더 강하게 온다.”


한쪽 눈이 거의 실명된 곽태휘(알 힐랄)도 눈에 대한 언급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진현은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마음뿐이다.


-골키퍼가 대표팀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 중 하나다.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난 줄곧 3번째 골키퍼여서 전혀 기회가 없었다. 기회가 주어져도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많이 고민됐다. 같이 손발 한 번 맞춰보지 못한 선수들과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골키퍼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 보면 경쟁이 된다. 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2부리거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좀 더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때와 요즘 꿈꾸는 마음은 다를 것 같다.


“처음에는 대표팀에 뽑힌 것에 만족했다. 대표팀을 오가면서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아졌다. 난 항상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좀 더 열심히 잘해서 은퇴할 때까지 계속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근호(엘자이시)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상주에서 뛰다가 대표팀에 가면 개인훈련을 안하면 경기력을 맞추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우리 팀이 강팀인 상황에서 상대팀 슈팅이 많지는 않다. 경기력은 1부 리그 때보다 범위가 줄기는 했지만 거꾸로 좋게 생각하려 한다. 공이 자주 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처능력도 생각해볼 수 있다. 포를란, 카카우 등 훌륭한 선수들과 자체연습을 위안 삼는다.”



-최근 골키퍼 김병지(전남)가 ‘장신 골키퍼인 김진현은 발밑 기술을 좀 더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킥 미스가 잦다보니 나온 이야기 같다. 솔직히 발밑이 가장 자신 있었다. 하지만 소속팀과 대표팀은 선수들과 스타일 모두 다르다. 그래서 실수가 나온 것 같다. 난 원래 모험을 많이 하고, 공격적인 스타일 이다. 요즘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려 한다.”


-목표를 장기적으로 세우나.


“프로 초창기까지는 그랬다. 4-5년 정도는 경기에 출전하고, 실점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느냐 등이다. 그런데 이 중 하나가 안 되면 실패한거다. 그러다보니 다음 단계를 넘어가지 못 했다. 하나하나씩 앞에 있는 걸 생각하고 나가자고 마음을 바꿨다. 지금 목표는 승격 밖에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경기력이 나쁘지 않고, 대표팀에 계속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올 테고 자연스럽게 J1 승격이 눈앞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아직 막연하지 않나.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도 못 갔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다보면 언젠가 그 자리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축구인생은 어느 정도 왔다고 생각하나.


“난 2~3점짜리 선수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1/3 정도 왔다고 생각한다. 배워야할 것도 경험해야할 것도 많다. 실력향상을 더 하지 않으면 대표팀에 있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결혼은 안하나. 미남인데.


“결혼은 인생에서 제일 힘든 것 같다. 잘 생긴건 (기)성용이가 잘생겼죠.(웃음)”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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