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이나타운’ 김고은, 충무로가 그를 탐내는 이유

입력 2015-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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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극 중 우곤과 석현 가운데 실제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로 석현을 꼽았다. 그는 “우곤은 너무 무섭다. 살벌해서 못 만날 것 같다. 해맑은 석현이 낫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매 작품마다 끝까지 달리는 여배우 김고은(23). 그는 어느 것 하나 쉽게 연기하는 법이 없다. 파격 노출을 감행한 데뷔작 ‘은교’ 이후 쉬어가나 했더니 ‘몬스터’를 택했다. 그는 ‘몬스터’에서 살인마에 맞서는 평범한 여자의 광기 어린 액션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이번 ‘차이나타운’에서는 날것의 액션에 감정의 깊이를 더했다.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엄마’와 ‘일영’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 김고은이 연기한 ‘일영’은 세상에 버려진 후 ‘엄마’라고 불리는 여자(김혜수)의 손에 자란 인물이다. 그는 가녀린 겉모습과 달리 폭력과 살해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김고은은 그런 ‘일영’을 표현하기 위해 ‘무성(無性)’의 비주얼을 만들었다. 이 고운 여배우는 한창 싱그러운 나이에 또 ‘아름다움’을 버렸다. 단발머리를 더 짧게 자르고 가죽 재킷 등 마초적인 패션을 고수했다.

“사실 예뻐 보여야 하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덕분에 예뻐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오히려 연기하기도 편하고요.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도 가끔 카메라에 매력적으로 보일 때면 기분 좋더라고요.”

김고은은 배우의 마인드로 캐릭터의 완성에 힘을 쏟았다. ‘일영’의 칼도 그 중 하나. 극 중 ‘일영’은 언제 어디서나 접이식 칼을 소지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위협하는 누군가에게 재빠르게 대적하기 위해서다. 이 설정은 김고은과 한준희 감독이 촬영 전 수차례 상의한 끝에 탄생했다.

“아무래도 일영이 여자다보니 소지하는 무기가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게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접이식 칼이었죠. 다루는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어요. 칼과 인연이 있는지 그냥 하니까 되더라고요. 지금 칼이 있으면 보여드릴 텐데. 하하.”


‘차이나타운’에는 ‘몬스터’에 비해 적지만 크고 작은 액션신이 등장한다. 그러나 김고은은 “액션이 주를 이루는 게 아니라 감정선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그렇게 타격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단련해온 덕분에 웬만한 액션은 이제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전작에서는 액션이 너무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때는 체득하는 과정이라 종종 다치기도 했어요. 이제는 기술이 생겨서 크게 힘들지는 않아요. 상대가 저를 내팽개치면 어떻게 넘어져야 하는 지를 몸이 알아요. 그래서 액션은 좀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어요.”

물론 액션이 주를 이루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김고은은 ‘은교’ ‘몬스터’ 때와 같이 이번에도 비를 맞았다. 단순히 짧은 순간 온몸이 젖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후의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에 며칠을 젖은 옷을 입고 연기해야했다.

“젖은 옷을 입고 있으니 오한이 오더라고요. ‘몬스터’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버텼어요. 결국 잠이 들어 버린 채 그 상태로 헤맸어요. 사람들이 깨워도 깨지 못하고 끙끙 앓았죠. 그런 걸 한번 겪고 나니까 고민되더라고요. ‘차이나타운’ 촬영 당시에도 오한이 오긴 했는데 바로 대처했어요. 계속 옷을 껴입고 사탕과 초콜릿을 계속 먹었죠. 당이 떨어질 때는 초콜릿을 먹는 게 아니라 퍼먹는 정도로요. 정말 쉴 새 없이 먹었어요.”


김고은이 이렇게 매번 고생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 그는 그 원인을 자신을 둘러싼 큰 틀에서 찾았다. 한국 영화 시장에 평범하고 잔잔한 스토리의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

“액션물 혹은 장르적이거나 딥한 작품이 주를 이루죠. 제가 볼 수 있는 시나리오 또한 그런 것이 대부분이에요. 그 중에서도 저는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잘 표현할 수 있고 의미도 있는 시나리오를 해요. 열심히 찾아봤는데도 일상적인 작품은 많이 없더라고요. 어디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김고은은 전도연 한효주 등과 함께 올해 가장 많이 작업을 선보이는 여배우 중 하나다. 100억 원 규모의 대작 ‘협녀: 칼의 기억’과 한예종 선배 이선균과 함께 연기한 ‘성난 변호사’(가제)가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고은은 현재 윤여정과 손녀로 호흡을 맞추는 영화 ‘계춘할망’을 촬영하고 있다. ‘계춘할망’을 마치고 나면 또 새롭게 담금질할 작품을 찾을 것이다. 선택에 벽이 없는 김고은이기에 차기작이 쉽게 예상되지 않는다.

“지금 이 시점에 재고 따지고 싶지 않아요. 작품이 세다고 해서 가리진 않을 거예요. 그냥 좋으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뭐.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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