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엘시’ 은정, ‘인정’과 ‘긍정’을 향한 꾸준한 걸음걸이

입력 2015-05-18 0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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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 은정, 사진|MBK엔터테인먼트


티아라와 관련된 글을 쓸 때면 종종 머쓱한 기분이 들곤 한다. 글안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 사건’을 계기로 누리꾼들의 티아라에 대한 이미지는 고착화 됐고, 이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많은 대중 앞에 서야하는 연예인이기에 인기뿐만 아니라 비난도 받아들여야하고, 반대로 대중들에게는 환호와 야유를 보낼 권리를 가지고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티아라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특별하게 바뀌었다. 지금에 와서 티아라를 향한 야유는 잘못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놀이나 재미를 위한 목적이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실제 티아라가 ‘댓글 보러왔는데 너무 빨리 왔네’라는 댓글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명확해진다.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고 사과하면 다 해결되지 않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들 외엔 그 ‘진실’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기 힘들뿐만 아니라 설령 모든 진실과 내막을 말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거짓말’ 혹은 ‘변명’으로 치부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한 예로 ‘4가지쇼’에서 은정의 ‘진실이 아닌 것이 많다’라는 말에 대한 반응을 보라)

결국 대중들의 티아라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반응은 바뀌지 않는다. 그중에는 분명 정당한 비난과 지적도 포함돼 있겠지만, 막무가내로 욕을 하고 비난을 해도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각종 드립을 시도해 자신의 재치와 유머감각을 뽐낼 수 있는 편리한 ‘놀이터’로 이용하는 누리꾼도 분명히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이런 대중들의 반응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중들은 이른바 공인(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는 논란은 잠시 접어두자)에 대해 환호와 야유를 보낼 권리를 모두 갖고 있고, 티아라의 경우 잘못의 비난과 야유라는 목적을 넘어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됐다고는 하지만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반응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티아라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가 고착화 돼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티아라의 태도를 말하려자 한다.

은정 스스로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들에 대한 반응이 바뀌지 않는 다는 건 티아라 본인들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티아라는 이를 속수무책 보고만 있다가 쓰러지는 길이 아니라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사건’과 ‘그 사건에 머물러있는 대중들’을 모두 안고 가는 길을 선택했다. 실제 사건이후 티아라는 오히려 이전보다 그룹으로 솔로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반응의 호불호를 떠나 그 자체를 통해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이어갔다. (어찌됐든 비난의 양에 비례해 티아라라는 이름은 더 유명해지긴 했다)

‘엘시’ 은정, 사진|MBK엔터테인먼트


‘엘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은정의 솔로 앨범 ‘I'm Good’도 이런 걸음걸이의 하나로, 은정은 오랜만에 언론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앨범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어떻게 보면 다른 가수들의 인터뷰와 그리 다를 바 없는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인터뷰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그리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티아라가 제공한 ‘놀이터’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혹은 이용할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일종의 의무이고, 자의와 타의, 호불호(好不好), 시비(是非)를 떠나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은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은정의 이번 솔로앨범은 다소 의외의 것이다. 예고는 있었다고 하지만 처음 티저공개 당시 은정이란 이름이 아닌 엘시라는 예명으로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또 타이틀곡 ‘혼자가 편해졌어’가 마이너풍의 발라드에 가까운 곡이었기 때문이다.

은정은 “예명은 사장님이 지어준거다. 은정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으면 홍보는 잘겠지만 노래를 먼저 선보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알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신비주의를 의도하긴 했지만 눈치 챌 것을 알고 시작한 신비주의다. 나보단 음악을 하고 싶었다”라고 예명을 사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일단 솔로는 티아라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성스러운 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긴 머리도 하고 서정적인 노래에 고급스러운 섹시미를 노린 안무가 만들어졌다”며 “많은 분들이 섹시하게 보인다고 하고, 노래만 들어서는 서정적인 느낌만 생각하다가 색다른 모습을 봤다고 해서 감사하다”라고 주변 반응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솔로앨범활동에서 은정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단발머리를 버리고 붉은색 긴 머리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고, 이에 대해 “티아라 때 보이시한 이미지가 많아서 솔로에서는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인 줄 못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긴 머리를)했는데 진짜 (사람들이)못 알아보더라”라고 에피소드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은정의 솔로앨범 논의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제작에 들어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조금은 촉박하게 돌아간 솔로 데뷔였지만 스스로 밝힌 무대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은정은 “지난해 효민과 지연 솔로 때부터 (솔로데뷔)말은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해가 지나고 한참을 지나서 사장님이 ‘지금이다’라고 해서 나오게 됐다”며 “그래도 개인적으로 무대에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춤이나 의상 같은 외향적인 부분이 잘 나와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티아라에서 랩 파트를 주로 맡았던 은정은 “녹음한 AR보다 무대에서 (라이브로)부를 때 아쉬움이 많더라. ‘내가 더 잘 불렀으면…’ 하는 생각이다”라고 자신의 가창력에 아쉬워하는 솔직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할 은정이 아니다. 은정은 “다음에 (솔로를)하게 되면 다른 느낌을 하고 싶다.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건강하고 파워풀한 느낌을 주고 싶다. 그러면서 여성스럽고 섹시한, 또 랩이 아닌 노래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다”라고 벌써 다음 솔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티아라 효과다. 티아라가 항상 이번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다음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솔로로 티아라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 좋은 거 같고 다른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를 생각하고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엘시’ 은정, 사진|MBK엔터테인먼트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에 나선 은정은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와 예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가수보다 연기자로 데뷔가 먼저인 은정은 “한중 합작 웹드라마에 캐스팅 된 상태다. 많은 분들이 연기에 대해 물어봐 줘서 감사하다”며 “또 이번 솔로 활동의 안무가 감정이 중요한데 무대에서 안무와 연기를 합치려니 나에게도 굉장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춤으로 감정을 잡는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게 됐다. 연기를 한 게 강점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라고 가수 활동 도중에도 연기 경력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렸다.

또한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도 ‘빨간펜 선생님’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은정은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한 건데 뭔가 굉장한 연애고수처럼 보여서 곤란하다”라고 난처해 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나도 사랑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뭐가 뭔지 잘 모를 거 같다. 그냥 옆에서 제3자의 입장으로 보니까 그런 거 같다. 누구라고 그 자리 있으면 비슷할 거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은정은 “마지막 연애는 작년 초였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가 편해졌어’가 가사 참 좋다고 느꼈다”라고 자신의 연애사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쿨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은정은 “댓글 중에 상처를 받은 건 아닌데 ‘잡초 같다. 질기다’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그게 묘하게 인정이 돼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며 “끈질기게 계속 나오고 얼굴을 비추고, 또 방송국에서 찾아주고 불러주는 게 복이라고 생각한다. 잡초라는 별명을 들어도 찾는 대로 찾아가고 싶다. 불렀을 때 가야한다”라고 여러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단단한 멘탈을 지닌 은정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티아라와 관련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부분이 고정돼 있으며, 사람인 이상 분명 상처받는 부분도 있다.

이에 은정은 “오늘은 (댓글을) 봐도 마음이 괜찮을 것 같다 싶으면 보고 많이 무너질 것 같으면안 본다”고 “그래도 팬들이 가장 힘이 된다. 내가 버터야지 하고 느끼게 해준 사람이 팬들이다”라고 버팀목이 된 팬들에게 진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또 내가 인정을 빨리하는 스타일이다.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 다음을 생각하는 성격이 버티게 해준 것 같다”라며 “그리고 솔직히 조금 시간을 기대하는 것도 있다. 자연스럽게. 억지로 안 될 때는 자연스럽게가 좋지 않을까”라고 변화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전성기 시절 인기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은정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쉽게 돌릴 수 없는 일인 걸 안다. 그냥 열심히 하면 전보다는 좋게 바라봐주지 않을까, 그렇게만 봐주면 좋을 거 같다”라고 현실을 직시했다.

또 “그 이상은 좋은 시선으로 예쁨을 받은 다음에 생각하겠다. 그게 (티아라의)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 지금은 일단 열심히 활동하는 게 먼저다”라고 활동의 의욕을 드러냈다.

당연히 솔로 앨범에 임하는 자세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은정은 “(솔로를 준비하며)롱런할 수 있는 자세를 지금에서라도 갖추게 된 것 같다. 사소한 것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며 “앨범을 준비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작은 것들이 사실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바쁘면 잊게 되는데 그런 마음가짐을 다시 갖게 됐다”라고 말 그대로 초심을 되찾았음을 밝혔다.

물론 이는 솔로 활동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티아라의 활동계획에 대해 은정은 “3년 후면 나도 30대고 보람과 큐리 언니가 33살이다. 3년후에도 나이대에 맞는 음악을 하고, 티아라의 안에서 각자의 모습과 매력을 보이고 싶다”라고 입을 열었다.

더불어 “티아라 활동이 우리끼리만 되는 게 아니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티아라를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어 오래오래 가고 싶다. 정말 티아라는 끝까지 가고 싶다”라고 덧붙여 힘든 길임을 알지만 솔로는 물론 티아라로서도 롱런하겠다는 각오와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엘시’ 은정, 사진|MBK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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