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 앞장서는 리더 이호준…카톡하는 리더 신명철

입력 2015-05-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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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신명철-NC 이호준(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6. 색깔 다른 두 캡틴

베테랑 주장 이호준, 4번 치는 최고참
후배들에게 한턱 쏘며 ‘하나의 팀’ 주문

신명철 카톡으로 어린 선수들과 소통
NC와 다른 kt만의 선수단 문화 만들기

2013년 1월 7일 제9구단 NC는 1군 데뷔시즌을 앞두고 마산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 선수단 전원이 단체로 사진촬영을 했다. 각 팀에서 모인 선수들이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첫 날이었다. 낯선 선후배들과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던 데다, 매서운 찬바람까지 불어와 모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때 “우리가 웃어야 기자 분들도 빨리 퇴근하신다. 추울수록 더 열심히 웃어야 금방 따뜻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장으로 선출된 이호준의 짧은 한마디에 분위기는 단숨에 훈훈해졌다.

군대보다 더 엄격한 선후배 문화를 갖고 있던 해태 출신, 그리고 신생구단 SK가 리그 최강의 팀으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주인공, 이호준이 프로에서 쌓은 경험은 그 누가 봐도 신생팀 NC의 큰 자산이었다. 특히 이호준은 나이만 많은 베테랑이 아니라 팀의 주축 전력, 4번을 치는 야구 잘 하는 최고참이었다.

많은 프로 감독들과 코치들은 삼성이 2010년대 KBO리그를 지배하는 데는 실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투수와 야수 모두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진갑용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는 겸손함과 성실성을 모두 갖춘 ‘국민타자’ 이승엽도 있다.

성격 나쁜 베테랑 백업선수는 클럽하우스의 시한폭탄과도 같다. 반대로 야구 잘하고 리더십까지 뛰어난 고참은 그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NC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1군 데뷔 첫 시즌에 이호준이 주장을 맡은 점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당시 “더 이상 미트는 필요 없다고 했다. 1루 수비는 안 시킨다. 지명타자만 잘하면 된다. 이호준에게는 더 큰 역할이 있다. 바로 리더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주장을 맡자마자 직전 해 퓨처스리그에서 젊은 선수들이 모아놓은 선수회비를 모두 돌려줬다. 더 많이 받는 선수들이 새롭게 왔으니 더 많이 내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뜻이었다. ‘하나의 팀’을 강조했고, 그동안 각기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야구를 해왔던 NC 선수들은 단기간에 하나가 됐다.

2015년 1월 14일 kt 선수들이 위즈파크에 모였다. kt 조범현 감독은 “각 팀의 문화가 많이 다르다.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팀의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진다. 코칭스태프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 팀의 리더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밝혔다. kt의 캡틴은 신명철이다. 1군 선수로 남기 위해 삼성에서 스스로 방출을 택했고, kt에 입단했다. 그는 “창단 멤버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조범현 감독님께 새로운 야구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호준처럼 화끈하고 화려한 리더십은 아니다. 그러나 신명철은 젊은 선수들과 카카오톡 단체 창으로 소통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kt만의 새로운 선수단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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