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러 카메라 앞에 선 유승준은 이미 무대 위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고 그대로 무릎을 꿇어 사과했다.

19일 밤 10시 30분(국내시간) 홍콩 현지에서는 13년 전 병역 기피 의혹으로 입국 금지를 당해 중화권에서 활동 중인 유승준의 인터뷰가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승준은 자신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 당시 정황과 13년 만에 생중계라는 형식을 빌어 다시 고국 땅을 밟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먼저 "이 자리는 심경 고백도, 변명의 자리도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마음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유승준은 일각에서 "돈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아냥에 대해서도 해명하면서 "내 아이들이 나의 잘못 때문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떳떳한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고국을 밟겠다는 일념으로 이 인터뷰를 하게 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승준


이어진 인터뷰는 유승준의 병역 기피 의혹을 둘러싼 각종 기사들과 루머를 해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병무청 홍보대사였다는 기사나 공익 근무 6개월 근무에 연예활동 보장이라는 특혜까지 받았다는 루머를 부인했다.

또한, 왜 징집 대상이 아니게 된 지금에서야 해명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날 37살 때 입대를 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으나 76년생은 이미 징집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승준은 이날 다시 국민들 앞에 선다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 그는 때로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지만, 눈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지금에서라도 입대를 할 수 있다면 이를 수락해서라도 입국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비록 인터넷상에서만 이뤄진 생중계였지만 일종의 대국민 약속을 통해 이 인터뷰의 진정성을 보증한 것이다.

이런 유승준의 공언에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던 온라인 여론도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다. 피해자인 것은 아니지만 13년 동안의 보이지 않는 형벌로 인해 받은 심적 고통이 있었다는 점이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이번 유승준 인터뷰의 시작은 쇼였지만 그를 둘러싼 모든 루머가 온전히 진실이 아니라는 것만은 충분히 받아들여졌다. 13년이라는 시간동안 유승준도, 그를 사랑했던 국내 팬들도 충분히 배신감과 상처를 받았다. 이날의 인터뷰는 진정한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유승준 인터뷰 생중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