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홀릭] 사람보다 17배 큰 심장…경주마가 잘 달리는 이유

입력 2015-05-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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뿜어내는 혈액의 양 많을수록 속도 빨라져
美 명마 시크릿테리엇 심장 무게만 약10kg
인간보다 적은 박동수로 15배 많은 혈액 뿜어

“뭐, 말의 심장이 사람의 17배나 크다고?”

경주마의 속력은 대략 80km 정도다. 시속 112km의 속력을 내는 치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자와는 비슷하다. 체중이 400∼700kg이나 나가는 거구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셈이다. 이렇게 거대한 몸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강한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 경주마 심장은 약 4.5kg…사람보다 17배나 커

그렇다면 경주마 심장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경주마 심장은 중학생 머리만 하다. 중량은 자기 체중의 0.9∼1% 정도인 4.5kg 내외. 보통 사람의 심장보다 17배나 크다. 심장이 다른 동물보다도 커서 장거리를 잘 달릴 수 있다.

경주마의 심장크기와 강도는 운동량에 따라 증가된다. 성장기부터 꾸준한 운동을 한다면 약 20% 이상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심장의 무게가 4.5kg 정도였던 말이 훈련에 적응하면 5kg부터 많게는 6.5kg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 때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 뿜어내는 혈액의 양 역시 함께 증가해 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큰 심장을 지녔던 마필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명마 시크릿테리엇으로, 심장의 무게가 무려 22파운드(약 10kg)나 됐다. 이는 평범한 경주마의 두 배정도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이다.


● 인간보다 적은 박동수로 혈액은 15배나 많이 뿜어

경주마의 심장은 얼마나 빨리 뛸까. 안정 상태에서 1분간 심장박동 수는 약 30∼40회 정도로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마다 약 1리터 정도의 혈액을 박출한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분당 심박동수가 약 100회 정도이고, 회당 박출량은 60∼70mL 정도이니 인간보다 적은 박동 수로도 15배 정도나 많은 혈액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이다. 경주마가 전력을 다해 달릴 때는 분당 심박 수가 약 240회 정도로 증가한다. 이는 안정상태일 때보다 8배나 증가하는 수치인데, 사람의 경우 보통은 3배 정도이다. 경주마가 분당 심박 수를 240회로 늘렸을 경우 1분 동안 혈액을 온 몸으로 옮기게 되는 양이 약 240리터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 빠르게 달리더라도 온 몸 구석구석 산소가 부족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 경주마는 왜 빨리 달리고, 조랑말은 왜 오래 달릴까

모든 말들이 빨리 달리고 오래 달릴까. 경주마인 ‘더러브렛’종 마필들은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는데 주효하도록 개량된 까닭에 오래 달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산소공급이 필수적이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적색근이 매우 잘 발달한 반면 산소의 공급 없이도 스스로 에너지원이 되는 ‘백색근’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색근은 우리나라 토종마필인 ‘조랑말’에 많이 분포되어있다. 이는 ‘승마지구력경기’에서 더러브렛을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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