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실패한 육성용병 시스코가 남긴 메시지

입력 2015-05-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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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외국인투수 앤디 시스코가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됐다. 시스코의 퇴출은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는 리그 적응과 단점 보완을 위해 퓨처스리그부터 뛴 육성형 외국인선수 1호였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kt 외국인투수 앤디 시스코가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됐다. 시스코의 퇴출은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는 리그 적응과 단점 보완을 위해 퓨처스리그부터 뛴 육성형 외국인선수 1호였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 외국인선수 육성의 한계와 숙제

17경기서 6패 방어율 6.23…결국 방출
퓨처스리그와 1군 타자들 실력차 실감
kt, 젊은 국내투수 육성 전략으로 유턴


거액을 투자한 거물 외국인선수가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짐을 싸서 돌아갈 때, 인성이 바르지 못한 외국인선수가 사고뭉치로 전락할 때, 연이은 부상으로 큰 돈을 들여 교체해야 할 때마다 ‘육성형 외국인선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일본처럼 1군 엔트리 등록인원만 제한하고 보유인원은 묶지 않으면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국가와 대만 등 아시아국가에서 유망주를 영입해 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비용과 변수를 모두 낮출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 장벽은 만만치 않다.

27일 kt 유니폼을 벗은 앤디 시스코(32)는 KBO리그 전체를 봤을 때 매우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30대를 지나 한국에 왔지만, 퓨처스리그를 거쳐 KBO리그에 적응하는 한편 단점을 보완하는 등 사실상의 육성형 외국인선수 1호였기 때문이다.


● 퓨처스리그 휩쓸었던 시스코

kt는 지난해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인선수들을 초청해 실전 투구를 지켜봤다. 그 중 한명이 시스코였다. 208cm의 장신에 시속 150km 이상의 빠른 볼을 펑펑 던지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시스코는 그 해 대만 EDA와 계약했는데, 한국프로야구로 진출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풀어줘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리고 그해 6월 kt에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집중적 훈련을 소화했다.

시스코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9경기에 등판(선발 7경기)해 3승1패1세이브, 방어율 2.93을 기록했다. 39.2이닝 동안 볼넷은 12개였고, 탈삼진은 무려 42개였다. 훌륭한 성적이었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한국 타자들을 이기기 위해 제구력 강화에 더 힘썼고, 약점이었던 수비도 열심히 다듬었다.


● 시스코의 1군 무대 실패

그러나 1군 무대는 완전히 달랐다. 시스코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승리 없이 6패, 방어율 6.23을 기록했다. 39이닝을 던졌는데 볼넷 25개와 폭투 10개가 있었다. 공은 여전히 빨랐지만, 원 바운드로 타자를 맞힐 정도로 제구가 흔들렸다. 시스코는 자주 “1군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힘들어했다. KBO리그의 정상급 타자들이 볼이 조금이라도 가운데로 몰리면 날카롭게 공략하자 제구를 더욱 의식했고, 무리한 변화구 승부로 폭투가 나오기도 했다.

시스코는 kt가 창단팀이기 때문에 육성형 외국인선수의 코스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1군과 퓨처스리그의 수준차는 생각보다 컸고, 일본과 달리 퓨처스 팀에 다른 대체 자원이 없기 때문에 팀으로도 또 한번 적응기를 줄 수 없었다. 시스코를 포기한 kt는 젊은 국내투수들의 장기적 육성을 택했다. 그리고 28일 시스코의 대체 용병으로 1루수 댄 블랙과 계약했다. 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 샬럿 나이츠에서 34경기, 타율 0.324, 6홈런, 24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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