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임명옥↔김해란…변화를 위한 한 수

입력 2015-06-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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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리베로 김해란(왼쪽)이 인삼공사로 이적한다. 인삼공사 리베로 임명옥은 도로공사로 옮긴다. ‘리베로끼리 맞트레이드’라는 희귀한 거래가 이뤄진 배경에는 양 팀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자리한다. 스포츠동아DB

인삼公-도로公, 팀 변화 위해 희귀한 거래
리그 최저연봉 2400만원…실업보다 못해
‘열정 페이’선수들 이탈…심판도 마찬가지
KOVO 워크숍…프로팀이 연고학교팀 지원

2015 V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조용히 마감된 가운데 여자부에서 대형 트레이드가 나왔다. 도로공사와 인삼공사가 베테랑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31)과 임명옥(29)을 맞바꾸기로 했다. 5월 27일 합의를 마친 두 팀은 31일 FA 협상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FA 협상 기간 중 이적은 금지되고 이적공시도 할 수 없다. 마산 제일여고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는 그동안 팀을 대표하는 스타였지만 변화의 바람 속에 이삿짐을 쌌다.


● 김해란의 디그 능력, 임명옥의 서브리시브 능력

인삼공사 이성희 감독과 도로공사 이호 감독은 트레이드의 첫 번째 이유로 변화를 들었다. 2014∼2015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인삼공사는 시즌 막판부터 팀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트레이너를 비롯한 스태프에 큰 변화를 줬다. 임명옥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높아진 훈련강도에 한때 배구를 포기하려고 했다. 숙소를 나왔다. 가족의 만류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다시 인삼공사에 있기도 어려웠다. 이성희 감독은 김해란의 활기와 열정을 높이 샀다. “내가 추구하는 배구는 선수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활발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하는 것인데, 몇 년간 그런 것을 못했다. 리베로는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해란이 적격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디그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김해란의 능력을 믿고 있다. 새로운 환경이 선수생활에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김해란이) 재활을 마치면 아무래도 새로운 팀에서 더 열심히 하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사령탑을 교체한 도로공사도 변화를 도모했다. 새로운 외국인선수 제도 아래에서 팀 전력이 상승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레프트에 몰려있는 선수들의 처리도 문제였다. FA 김선영을 포기하면서 어린 선수 고예림, 하혜진 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여러 변화를 고려하던 차에 트레이드 제의가 왔다. 도로공사는 임명옥의 서브리시브 능력이 탐났다. 도로공사의 새 시즌 키워드는 서브리시브다. ‘월드 리베로’ 출신 이호 감독을 선임한 이유다. 다른 팀보다 날개 공격수의 높이가 낮은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안정된 서브리시브가 중요했다. 임명옥의 서브리시브 범위가 김해란보다 넓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결국 두 팀은 상대팀 선수의 장점을 봤고, 다른 선수들에게 팀의 변화를 실감시키기 위해 베테랑을 맞바꿨다.


● ‘열정 페이’와 심판, 비주전 선수들의 처우 개선

‘열정 페이’라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줬다는 구실로 청년 구직자에게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여자배구단 사이에는 팀 구성상 꼭 필요한 비주전급 선수를 찾기 힘들다는 애기가 들린다. 특히 3000만∼4000만원대 연봉의 선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럴 속사정이 있다. 요즘 어지간한 실업배구선수들은 연봉 3000만원을 받는다. V리그의 최저연봉은 2400만원이다. 이 때문에 많은 어린 선수들이 1년 내내 힘든 고생을 해가며 프로배구를 하기보다는 실업배구를 택한다. 어느 팀은 입단 2년차 미만의 어린 선수들이 모두 나갔다. FA로 대박계약을 하는 스타의 그늘에는 이런 선수들이 많다. 미래를 꿈꾸는 비주전에게 최소한 실업배구보다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이동현상을 막을 수 있다. 현재의 샐러리캡 제도는 고액 연봉 선수만 보호하고 저연봉 선수는 구석으로 내몬다. 샐러리캡을 넘어서면 고액 연봉자보다는 저연봉 선수 몇 명을 정리하는 것이 우리 구단의 현실이다.

새로운 피의 수혈이 없다면 리그는 퇴보한다. V리그 선수의 폭을 넓혀야 한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현재 배구 주심이 받는 연봉은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하기 창피할 정도다. 절반 수준이다. V리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프로선수 출신 3명을 수혈해 판정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평가도 좋았다. 심판들은 7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계약기간이다. 5월부터 2개월은 실업자다. 4대보험도, 퇴직금도 없는데 연봉도 턱없이 낮다. 이들에게 심판의 길을 선택하게 했지만,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심판을 포기할 수도 있다. 심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올바른 판정을 요구할 수 없다. V리그에서 사라져야 할 단어가 바로 ‘열정 페이’다.


● KOVO 워크숍에서 나온 과제는?

5월 28일∼29일 강원도 춘천 강촌엘리시안에서 진행된 2015 통합 워크숍에서 나온 종합의제는 ▲구단별 연고지 육성학교 운영 방안 ▲여자부 경기 분리와 관련된 경기일정 조정 ▲경기 전 인터뷰 시 라커룸 개방 여부였다. 연고지 육성학교 운영 방안에 대해선 남녀 모든 팀들이 찬성했다. 가능하다면 모든 학교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고교부터 시작하느냐와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느냐, 언제부터 하느냐는 계속 논의해야 할 상황이지만 프로팀이 연고 학교팀을 지원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신인드래프트 우선지명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경기일정에 대해선 구단과 방송사의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여자부의 일정 독립 의지다. 남자팀과 공동연고를 쓰는 여자팀에서 홀로 경기를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지닐 때 남녀리그의 일정 독립이 가능하다. 이는 남녀리그의 분리와도 이어진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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