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날 괴롭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

입력 2015-06-04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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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은 항상 좋은 연기로 대중을 만족시켜야 압박감에 자신을 괴롭혔다. 그러면서 작품의 공백기도 길어졌다. 그는 이제 공백의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임수정은 항상 좋은 연기로 대중을 만족시켜야 압박감에 자신을 괴롭혔다. 그러면서 작품의 공백기도 길어졌다. 그는 이제 공백의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 ‘은밀한 유혹’ 임수정이 말하는 연기와 삶

연기 압박 심해…스스로 괴롭히는 편
최근 친해진 유연석·조정석
인기 연연않는 연기 자세보며 반성
또 다른 꿈 ‘작가’…곧 보여줄 것


“압박 같은 게 있었다.”

배우 임수정(36)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활동에 대해 ‘반성’할 때조차도 그랬다. 숨김없이 약점을 드러낼 줄 아는,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어떤 영화에 참여하든 그 상황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고 고백한 그는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편이었다”며 웃었다.

배우들의 쉼 없는 연기 활동이 마치 유행처럼 번진 최근 영화계에서 임수정은 조금 다른 위치에 서 있다.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흥행은 물론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그 다음 영화인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규·제작 영화사비단길)을 내놓기까지 햇수로 3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좋은 커리어, 좋은 연기로 대중을 계속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게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든, 멜로든, 그 밖의 장르 영화든. 늘 힘들었다. 지금은? (작품 출연을)많이 해야지. 많이! 하하!”

임수정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된 건 가까이서 지켜봤던 ‘사람’이다. 특히 유연석과 조정석이었다. 4일 개봉한 ‘은밀한 유혹’을 함께 촬영한 유연석을 지켜보며 새삼스럽게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촬영 당시 유연석은 드라마로 막 주목받은 때였고, 동시에 세 편의 영화를 소화하고 있었다. 성실히 차곡차곡 연기하는 그 자세가 멋있어 보였다. 인기나 주목받는 상황에 연연하지 않는 배우 본연의 자세처럼 보였다.”

얼마 전 촬영을 마친 또 다른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만난 조정석에게도 비슷한 기운을 받았다. “많이 친해져 최근에 조정석의 다른 영화 촬영장에도 놀러갔다”며 “연기자의 몫을 제대로 실천하는 모습 같다”고 반겼다.

흥행 가능성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배우가 영화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반면 임수정은 지금껏 “마음에 ‘훅’ 들어오는 영화를 택했다”고 했다. 특별한 “전략”을 세운 적도 없었다.

“그런 부분에는 사실 많이 무디다. 비즈니스에 욕심이 덜한 편일 수도 있고. 중국으로 가는 여배우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도 서서히 바뀌는 것도 같다. 전략? 이제는 조금 필요한 것 같다.”

활동폭은 비록 좁지만 임수정은 어떤 역할이든 제 몫의 이상을 해내는 배우다. ‘은밀한 유혹’에서도 어김이 없다. 거액을 차지하려는 유혹에 빠져 백만장자와의 위장결혼에 나서는 인물을 연기했다. 감정변화가 극심한 캐틱터이지만 임수정은 흔들림 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술술 읽힌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다”는 그는 “무엇보다 감독님이 나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1순위로 제안했다는 말이 마치 프러포즈처럼 감사했다”고 돌이켰다.

앞으로 공백의 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임수정은 한 편으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기도 하다. 작가다. 꾸준히 글을 쓴다는 그는 “결과물을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발표하고 싶다”고 했다.

“에세이부터 감상문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싫은 사람에 대해서도 쓴다. 데스노트? 하하! 나이 들어 가장 가까이 하고 싶은 작업도 글 쓰는 일이다. 60대에도 배우를 할지 모르겠지만 글은 쓰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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