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봉중근. 스포츠동아DB
역대 15번째 100세이브보다 동료들 믿음 더 행복
LG 봉중근(35)이 4일 마산 NC전에서 개인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역대 15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그러나 그는 5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100세이브도 좋지만 그건 개인 기록일 뿐이다. 어차피 달성할 기록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세이브를) 쌓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100세이브보다 팀이 시즌 첫 스윕을 하는 마지막 경기에 던졌다는 게 좋고, 팀 동료들에게 이제 조금씩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게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봉중근은 4월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마무리투수임에도 등판하면 실점과 연결됐다. LG 양상문 감독은 “그래도 봉중근이 있어야한다”며 무한신뢰를 보냈지만, 스스로 2군에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봉중근은 “훈련이 부족했던 것 같다. (연봉 협상으로 인해) 스프링캠프도 늦게 갔고, 원래 전지훈련 전에 사이판으로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몸을 만드는데 올해는 유연성을 키우고 싶어서 일본 돗토리에 갔고, 이전과 훈련방식을 바꿨다”며 부진의 이유를 진단하고는 “나는 힘으로 던지는 투수인데 힘이 안 받쳐주니 아무리 세게 던져도 공이 안 가더라. 늦었지만 5월부터 조금씩 컨디션이 올라왔다. 공회전수도 그렇고 이제야 내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5월 이후 4일까지 11경기에 등판해 10.2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았고, 3세이브를 올렸다. 80점에 달했던 방어율이 6점대까지 떨어졌다. 양 감독은 “이제 봉중근을 믿고 갈 수 있게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봉중근도 다른 부분보다 ‘믿음’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한신에서 뛰고 있던 오승환(33)은 삼성 시절 수술 후 복귀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우리 팀 동료들에게 마무리로서 다시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투수도 아닌 마무리가 동료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순간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잘 알아서다.
봉중근은 “4월에 너무 부진해서 내가 나가면 수비수들이 더 긴장했을 것이다”며 “물론 지금도 만족은 아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 ‘내가 나가면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개인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