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식품 섭취도 좋지만 평소 예방접종 미리 맞아야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름이 되면 감염 질환의 위험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외부 접촉이 늘고, 높은 습도와 온도로 바이러스의 활동 범위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다 하더라도 평소 면역력이 잘 구축돼 있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면역력이 제대로 구축돼 있는 건강한 신체라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나가거나, 독감 수준의 증상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은 메르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면역력이 약화돼 있을 때는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감염 이후 체내 번식 속도도 빨라진다.
면역력 약화는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항산화력 약화와 연관이 있다. 항산화력은 일반적으로 16세터 떨어지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인체가 받게 되는 산화스트레스는 커진다. 산화스트레스를 대표하는 산화스테롤은 동맥경화증, 알츠하이머, 망막 변성,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인자다. 이 같은 만성질환에 장기간 노출되면 면역력이 감소될 수 있다.
● 체온, 호흡, 감각기관… 면역력 읽을 수 있는 신호들
그렇다면 면역력의 상태는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체온은 면역력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일반적으로 체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면역력은 3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의 정상 체온이 36.5도임을 감안하면 면역력 상태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호흡 시 섞여 있는 잡음이나, 불규칙한 심장 박동, 짙은 색깔이나 악취를 띈 대변 등도 면역력 저하를 드러내는 신호다. 이 밖에도 혓바닥에 설태가 끼거나 혓바닥 겉면의 색깔이 거무튀튀하게 변했을 때, 감각기관이 갑작스럽게 둔화됐을 때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
면역력은 스트레스나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함으로써 관리할 수 있다. 만성질환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은 혈당과 혈압을 높게 하고 혈중지질농도를 높여 혈관 내벽 손상 등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한다. 당뇨는 인슐린 부족으로까지 이어져 직접적으로 면역세포 영양공급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 같은 과정은 전반적인 면역력 저하를 야기하며 만성질환이 심화되는 악순환을 볼러 오고,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면역력 증가를 위한 식품이나 약품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비타민 C,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 및 채소나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버섯류 등을 자주 섭취하면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의학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만큼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해 원래 상태를 보존하는 요리법으로 직접 조리해 먹는 것을 많은 전문가들이 권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은 “면역력은 장기간의 균형잡힌 생활 습관을 통해 구축되는 것으로, 특정 식품과 약품으로 면역력이 한 순간에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며 “소아는 연령에 따른 예방접종을 철저히 시행하고, 성인의 경우도 폐렴구균, 대상포진, 독감, A형간염, B형간염, 자궁경부암 등 필요한 예방접종을 미리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