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똘끼충만’ 직장인들이 날리는 직격탄…넌버벌 어드벤처 ‘블램!’

입력 2015-06-12 13:5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직장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휴가가 어느덧 한 발 앞으로 다가온 시점. 벌써부터 휴식을 취할 생각에 들뜬 마음 앞에 쌓여버린 업무는 더욱 가혹하기만 하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타닥거리는 컴퓨터 자판 소리와 스르륵하는 복사기 소리, 상사의 볼멘소리가 지겹다면 ‘블램’에서 일탈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

‘블램’은 아이슬란드 출신의 연출가 크리스티안 잉기마르손(Kristjn Ingimarsson)과 덴마크의 피지컬 씨어터 극단인 니앤더(Neander)가 모두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 캐릭터와 오피스물을 재치 있게 버무려 탄생시킨 넌버벌 퍼포먼스다.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초연된 후 북유럽을 투어하며 인기를 얻었고 2013년 8월에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10월에는 런던 웨스트엔드에 입성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블램(Blam)’은 “탕탕”하고 소리내는 총소리와 같이 따분한 일상생활에 직격탄을 날리는 재미를 선사한다. 무대는 좁고 답답한 어느 사무실. “지켜보고 있다”며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는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틈만 나면 딴 짓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구겨진 종이를 던지며 시작된 장난은 점점 커지게 된다. CCTV는 영화촬영카메라가 되고 스테이플러는 상사를 향해 던지는 총, 온갖 박스들은 로봇과 영웅을 만들 수 있는 발칙한 상상력의 도구가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온갖 사무용품이 재미있는 놀이도구가 되니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진다.


사무용품만이 아니다. 사무실 역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연출가 잉기마르손은 “영화나 만화 속 특유의 장면들로 이루러진 공연을 만들어보자”고 시작점을 잡았던 만큼 영화를 장르별로 포착해 사무실로 옮겨왔다. 익숙하고 단순한 사무실 공간이 순식간에 액션이 넘나드는 전쟁터가 되고 정수기와 왈츠를 추는 무도회장이 되는 모습에 관객들은 탄성을 지른다. 특히 극이 절정으로 다가갈수록 90도로 세워져 레슬링장으로 변신하는 사무실은 단연 압권이다.

거기에 네 명의 배우가 선보이는 아크로배틱과 표정연기가 기막힌 웃음을 제공한다. 만국공통어인 몸을 이용해 고단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단숨에 풀어버린다. 일명 ‘블램’ 시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영화 속 주인공이다. 상사도 부하도 없다. 계급장을 떼고 죽어라 싸우고 부딪히며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통쾌함의 함성을 지르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로지 상상력으로 달려가는 이 극은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직장 생활에서의 심리전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느낌이 강하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으며 짜증을 유발하는 상사의 외로움과 고뇌가 마치 우리는 늘 전쟁터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문의 LG아트센터 (02)2005-0114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LG 아트센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