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연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발걸음 뗀 것 같아요”

입력 2015-06-22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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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팝스타’ 출신에서 음원 역주행의 주인공으로, 이름 앞의 수식어를 갈아 치우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가수 백아연.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차트 역주행 백아연


‘사랑과 이별’ 경험 담은 자작곡
음원 공개 5주만에 찾아온 대박
“모호했던 내위치 자리잡는 계기”


백아연(22)이 한 남자를 만난 건 1월이었다. 지인이 소개한 연상의 대학생이었다. 첫인상이 좋았다. 세 번쯤 만났다. 그가 집에 바래다주며 안아주던 날은, 유난히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릴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운명적인 사랑이라 여겼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눈물이 났다. ‘그에게 난 무엇이었을까, 그 심보는 뭔가, 잠시나마 설렌 순간은 결국 위선이었나’,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펑펑 눈물이 났다.

얼마 후 백아연은 컴백 준비에 나섰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이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면 좋겠다”며 자작곡을 제안했다. 백아연은 그 일을 떠올렸다. 작곡가 심은지의 도움을 받아 곡을 썼다. 할 말이 많았던 터라 작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 자작곡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구차해도 묻고 싶어/그때 난 뭐였어?’ ‘좋았는데 넌 아니었나 봐’ ‘이럴 거면 바래다주었던 그날 밤/넌 나를 안아주지 말았어야지’란 노랫말엔 미련과 원망이 담겨 있다. 노래는 발표 첫 주 30위에서 이후 10위권에 들어 5주차에 1위에 올랐다. 음악사이트에는 노래에 대한 공감의 댓글이 넘쳐난다.

디지털 싱글이라 애초 방송활동을 계획하지 않은 백아연은 ‘역주행’의 뜨거운 화제 속에 뒤늦게 음악방송 무대에 나서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1위 가수 오셨다’는 인사를 받는다. 특히 빅뱅, 엑소를 눌렀다는 의미에서 ‘진정한 1위’라는 평가가 많다.

“처음 1위 했을 때가 새벽시간이었다. 자고 있는데, 메시지가 많이 와 ‘무슨 일인가’ 했다. 차트를 보고 당황했다. 겁도 나고, 이렇게 잘 되도 괜찮은가 싶기도 하고.”

소속사 선배인 2PM이 새 앨범을 발표한 날이었다. ‘JYP의 새로운 에이스’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백아연은 “내가 무슨 에이스냐”며 “그저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발을 잘 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이번 싱글은 1년11개월의 긴 공백을 끝내는 음반이었다. 2012년 9월 첫 음반, 2013년 6월 두 번째 이후 신곡은 없었다. 마음고생의 날들이었다. SBS ‘K팝스타’ 동기생이자 소속사 동료인 박지민의 활약과 대비됐다.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려 애써 SNS 활동을 열심히 했다. 팬들의 댓글에 친절하게 답글을 달았다. 소속사 가수들의 합동공연인 ‘JYP네이션’ 무대는 가장 행복했다. ‘무대가 그리웠다’는 의미도 그때 실감했다.

“데뷔곡이 ‘느린 노래’였다. 가수는 제목 따라간다고, 그 말대로 가는 것 같다. 느리게 가고, 느리게 역주행하고. 그동안 불안감과 답답함을 일순에 날리게 됐다.”

백아연은 이번 음반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음악적 방향을 찾았다. 첫 음반은 발라드, 두 번째는 발랄한 댄스를 앞세운 그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자신감을 얻었고 “모호했던 위치가 자리를 잡는” 계기도 마련했다.

“대중음악의 미덕은 공감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평소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런 공감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주위에선 ‘어릴 때 연애 많이 하라는데, 괜찮은 사람 있으면 언제든 만나보겠다. 하하.”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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