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가수’ 리안 “‘슈스케’ 나갔다가 심사위원과 욕하고 싸웠죠” [인터뷰]

입력 2015-06-22 0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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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사진|뮤직앤아이

가수는 어떻게 보면 반쪽짜리 직업이다. 실제 대중적인 인지도가 쌓이고 히트곡을 내놓으면서 순수하게 가수활동으로만 수익을 내고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며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중에는 투잡을 뛰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투잡중에서 또 다른 직업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범주에 들어가면 ‘가수’는 아예 직업이 아닌 취미로 전락해 버린다는 것으로, 예를 들어 의사나 판검사가 앨범을 냈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의사와 판검사라고 하지 가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리안 역시 이런 사람들이 볼 땐 ‘성공한 직업’을 투잡으로 뛰고 있는 ‘가수’로 그의 또 다른 타이틀은 ‘치과의사’이다. 하지만 리안은 스스로 “원래 의사보다 가수가 먼저다”라고 가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괴짜의 외도정도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그런데 괴짜는 맞다) 가수에 대한 리안의 태도는 진심과 진정성이 담겨있다.

실제로 리안은 밴드 이빨스의 보컬은 물론 솔로 가수로서 2012년 정규앨범 ‘예뿐 언뉘’, 2015년 4월에는 2집 ‘Never Ending’를 발표했으며, 5월에도 싱글 ‘아빠는 슈퍼맨’을 발표하는 등 프로 가수라고 부르기 전혀 손색없는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만 5살에 첫 작곡을 했다고 밝힌 리안은 “5살때 처음 만든 노래가 제목이 ‘나’이다. 제목은 철학적인데 가사는 유치하다. ‘나라고 하면 놀림 받아요 난이 난이 못난이’ 그런 말도 안 되는 가사였다. 5살 때 만들었지만 아직도 기억이 난다”라고 어려서부터 본능적으로 음악에 관심이 있었음을 알렸다.

이어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쭉 학교밴드를 했고, 대학교도 음악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라며 “그런데 그때 선생님들이 ‘서울대 치대 출신중에 가수나 배우가 많더라. 거기에 무슨 (연예계 데뷔)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다’라고 치대의 진학을 권했고, 여기에 넘어가서 치과의사가 됐다. 어쨌든 난 의사보다 가수가 먼저였다”라고 가수로 시작해 치과 의사가 됐음을 밝혔다.

물론 ‘가수가 먼저’라는 건 본인의 생각일 뿐, 앞서 말했듯이 주변에서 받아들이는 인식을 그렇지 않다.

리안이 치과의사라는 것을 아는 순간 열에 아홉은 치과의사가 본업이고 가수는 취미, 혹은 치과를 홍보하기위해 이벤트성으로 앨범을 내는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히곤 한다.

리안의 가장 큰 고민도 이 부분이다. 리안은 “솔직히 치과의사라는 타이틀이 음악을 어필하는데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 가수 신기하네’라고 단정 지으니 별의별 음악을 만들어도 객관적으로 들어주지 않는 기분이다”라며 “기회가 되면 완전히 전업을 할 목적으로 이것저것 다른 일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악계 현실이 음악만으론 생계가 안 되는 경우가 95%이지 않나. 음악을 통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의사라는 이미지가 워낙에 강하다. 비하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 내가 택배기사를 하면서 앨범을 내고 가수를 했다면(실제 ‘슈퍼스타K’ 출신 박시환의 사례가 있다) 또 보는 인식이 다를 거다”라고 선입견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고민도 하고 의사라는 것을 감추기도 한 리안이지만 결국 택한 방법은 정공법이다.

리안은 “내가 어떻게 포장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냥 지금처럼 진솔하게 말을 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객관적으로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리안, 사진|뮤직앤아이


리안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바로 ‘슈퍼스타K’이다.

과거 리안은 ‘슈퍼스타K 시즌1’에 출연한 적이 있었고, 1차 예선을 통과하고 2차 예선에 진출한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2차 예선에서 발생했다. 리안은 “어차피 내가 파이널에 진출할 능력은 아니라고 해도 조금은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 이력이 독특하다 보니 PD가 한 단계 더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2차 예선에 들어가자 나는 가만히 있는데 PD가 먼저 와서 심사위원들에게 내 소개를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심사위원 3명 중 한 명이 ‘니가 왜 외압을 넣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서 기분이 상했던 것 같다. PD가 나가고 노래를 부르려고 하니 대뜸 ‘이빨이나 뽑지 여긴 왜왔냐’고 하더라”라고 털어놓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들은 모욕적인 언사인데다가 가수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낸 발언인 만큼 리안 역시 욱 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리안은 “솔직히 내가 음악을 취미로 하는 마인드도 아니고, 의사 전에 먼저 가수였는데 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화가 났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준비되지 않은 다른 노래를 불렀고, 중간에 가사에 욕을 섞어가면서 부르고 그냥 나와 버렸다”라며 “그러니까 그 심사위원도 소리 지르고 욕을 하더라. 다른 스태프들이 와서 말리느라 심사장이 난장판이 됐는데 그냥 와버렸다”라고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밝혔다.

조금의 오해와 서로의 감정적인 대응이 얽히긴 했지만 ‘이빨이나 뽑지 여긴 왜왔냐’라는 발언은 치과의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선입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선입견은 지금처럼 ‘고학력 상위 직종’을 따지는 우리나라의 사회분위기에서는 영원히 깨지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안은 묵묵히 가수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이유에 대해 “치과의사는 생활이고 가수는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리안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발표된 곡은 40여곡, 미발표 곡은 수백곡이 있다”며 “고민을 하고 음악을 했던 게 아니라 진짜 의식이 없을 때부터 해왔고 계속 부르고 만들어왔다. 음악을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음악을 안하고 일주일정도 지나면 그냥 멍해진다.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또 시작을 하면 왜 하는지는 모르면서 한다”라고 말 그대로 음악이 삶의 일부가 돼 있음을 알렸다.

다만 리안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고 경제가 많이 쇠락했는데, 그러면서 삐뚤어져나갔다. 학창 시절 좀 노는 애들하고 어울려 다니다가 밴드연습실을 갔는데, 그전까지가 동요였다면 그때부턴 진짜였다. 자칫 갈팡질팡 할 수도 있었던 인생을 음악이 잡아줬다. 음악에 의지하고 길을 찾았고, 그래서 음악이 내 인생이다”라고 덧붙여 음악이 자신의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을 설명했다.

리안, 사진|뮤직앤아이


사실 리안에게는 영화감독과 뮤지컬 제작자라는 또 다른 명함이 있다. 그리고 이는 또다른 외도가 아니라 ‘가수 리안’을 알리기 위해 모색한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도이다.

리안은 “내가 음악을 열심히 하고 스스로는 음악도 나쁜 거 같지 않은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음악과 관련된 것을 만들자 해서 음악영화와 뮤지컬을 생각하게 됐다”며 “그래서 단편영화를 제작했는데 남자배우가 연기를 너무 못해서 영화제 출품을 접었다”라고 다소 허무한 결말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 다음이 ‘카페 명동성당’이라는 뮤지컬을 제작했는데, 내가 만든 노래가 절반이고 다른 친구가 만든 게 절반이다. 대학로 브로드웨이 아트홀에서 개막을 했고, 수익을 떠나 평이 너무 좋았다. 이건 이번 겨울에 수정을 좀 해서 3개월짜리로 다시 올릴 생각이다”라고 뮤지컬 쪽는 힘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뮤지컬이 성공을 하자 의외의 부작용 도 있었다. 리안은 “뮤지컬을 보고 그동안 나에게 음악을 그만하라고 했던 사람이 ‘네 노래 맞아?’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 그리고 다시 ‘노래는 네가 부르지 마라 가수를 바꿔라’라고 하더라”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IQ155의 천재적인 두뇌로 치과의사를 하게 된 리안이지만 그는 한시도 가수의 끈을 놓은 적이 없었고, 이는 지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의 최종 목적지는 조금 독특하다.

리안은 자신의 가수 생활의 목표를 묻자 뜬금없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리안은 “뮤지션이니까 아무리 뭐라고 해도 계속 노래를 만들고 부를 거고, 영화도 뮤지컬도 계속 할 거다. 대한민국 문체부 장관이 되는 게 내 꿈이다. 여러 가지 문화콘텐츠를 직접 계속 하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한다”라며 “내가 나이가 좀 있는데 몇 년 내에 승부를 봐야한다. 다 진심이다”라고 농담이 아님을 강조했다.

더불어 리안은 “정말로 문체부 장관이 된다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싶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수요와 생산을 직접 매칭을 해주려고 한다”라고 원대한 목표를 덧붙여 가수를 넘어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꿈을 숨기지 않았다.

리안, 사진|뮤직앤아이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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