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AMD가 야심 차게 시작한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제품이 나온 지 벌써 5년 차를 맞이했고, 이들이 주창한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융합은 어찌 되었건 현실이 되었다. 다만 2015년 현재, 이러한 통합 프로세서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인텔이다. AMD 입장에선 아쉬워 할 만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AMD는 이달 초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APU를 꾸준히 진화시키고 있다. 특히 새로운 아키텍처를 적용한 노트북용 6세대 APU인 코드명 카리조(Carrizo)는 한층 강화된 성능 및 전력 효율을 앞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카리조와 함께 데스크톱용 신형 APU도 출시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AMD A10-7870K, 코드명 고다바리(Godavari)가 그 주인공이다.
4GHz에 달하는 고클럭 4코어 CPU + 8코어 라데온 R7 GPU의 조합
AMD A10-7870K는 4개의 CPU 코어에 8개의 라데온 R7 GPU 코어를 갖춘 제품으로, 2015년 6월 현재 팔리고 있는 데스크톱 APU 중에 가장 상위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기본 CPU 클럭은 3.9GHz이며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 발휘되는 터보 코어 기술이 발동되면 4.1GHz까지 클럭이 높아진다. 라데온 R7 GPU의 클럭 역시 866MHz로, 지금까지 나온 APU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반적인 클럭 수치 자체가 상당히 높은 데다 TDP(열 설계 전력)도 95W에 달한다. 물론 데스크탑은 노트북에 비해 저전력의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이게 아주 큰 문제라곤 할 수 없지만, 저전력을 중시하는 최근의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만큼의 높은 성능을 내길 바랄 뿐이다. 북미 기준 권장 소비자 가격은 137달러로, 사양에 비해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첨고로 고다바리는 카베리와 같은 시기에 출시되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엑스카베이터(Excavator) 아키텍처를 적용한 카베리와 달리, 전작인 카베리의 스팀롤러(Steamroller) 아키텍처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제조 공정 역시 28nm로 전작과 같다(카리조 역시 28nm이긴 하다). 이 때문에 신선함이 좀 떨어진다고 실망할 사용자도 있겠지만, 기존 기술을 개량한 것 만으로도 만족할만한 성능 향상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 AMD의 이야기다.
그리고 성능 만큼이나 전력 효율도 중시하는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가 데스크탑용 보다는 노트북용으로 더 어울린다고 AMD는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차세대 데스크탑 프로세서를 위한 젠(ZEN) 아키텍처가 한창 개발 중인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미래가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지금 당장 쓸만한 성능을 내는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건 없다.
기존 FM2+ 메인보드에서 그대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점도 매력
기존 제품의 개량형이라는 점 때문에 가지는 이점도 있다. 바로 호환성이다. 고다바리는 카베리와 동일한 FM2+ 소켓 규격의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메인보드 역시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실제로 IT동아의 이번 리뷰는 작년 초에 출시된 에이수스(ASUS) A88X-PRO 메인보드를 이용해 진행되었다. 경우에 따라 바이오스(메인보드의 펌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FM2+ 메인보드에서 고다바리를 쓰는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APU 특유의 장점 역시 그대로 이어받았다. AMD의 다중 디스플레이 기술인 아이피니티 기능도 지원하므로 별도의 그래픽카드 장착 없이 3대의 모니터를 연결, 동시에 화면을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며, 다이렉트X12나 벌칸(Vulkan), 맨틀(Mantle)과 같은 신기술도 다수 지원하므로 특히 조만간 출시될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10과의 궁합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CPU와 GPU의 협업을 통해 게임이 아닌 오피스나 그래픽 편집 도구와 같은 일반 소프트웨어에서도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HSA(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 기능인 hUMA 및 hQ도 여전히 지원한다. HSA 기술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로는 어도비 포토샵CC, 리브레 오피스 등이 대표적이므로 고다바리 사용자라면 이러한 소프트웨어에서 확실한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AMD APU에서 가장 많이 기대하는 부분은 역시 내장 GPU의 게임 성능이다. AMD APU가 등장하기 이전의 내장 GPU는 그야말로 화면만 보여주는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어 웹 서핑이나 문서 작성과 같은 2D 그래픽 용으로 밖에 쓰지 못했다. 하지만 라데온 GPU를 내장한 APU의 등장을 즈음하여 내장 GPU의 성능은 일취월장하여 어중간한 보급형 그래픽 카드를 따로 다느니 차라리 내장 GPU를 쓰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일반화된다. 현재까지 출시된 데스크톱 APU 중에서 가장 높은 사양을 갖춘 고다바리의 게임 구동 능력 역시 기대가 된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통한 성능 테스트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AMD A10-7870K APU에 에이수스 A88X-PRO 메인보드, 삼성 PC3-12800 4GB DDR3 메모리 2개 및 샌디스크 울트라II SSD(240GB)를 조합한 윈도8.1(64비트) 시스템을 준비했다. 드라이버는 2015년 6월 현재 최신 버전인 카탈리스트 15.5 베타 버전을 설치했다. 일단 수치적인 성능을 테스트 하기 위해 PASSMARK의 퍼포먼스테스트(PerformanceTest) 8.0을 구동, CPU Mark 및 3D Graphics Mark 항목을 확인한 후 PASSMARK에 등록된 다른 프로세서 및 그래픽카드의 점수와 비교해봤다.
CPU Mark 항목의 점수는 5,942점으로 측정 되었는데, 이는 인텔 코어 i5-4430(하스웰)의 6,296점과 코어 i5-3330(아이비브릿지)의 5,869점의 사이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 두 코어 i5의 북미 가격이 182달러이고 A10-7870K는 137달러이니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진다면 A10-7870K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코어 i5-4430는 코어 i5 중에서도 하위 등급의 제품이고 코어 i5-3330는 이미 구형에 해당한다는 점은 생각해 볼 사항이다.
GPU의 게임 성능을 대변하는 3D Graphics Mark 항목의 점수는 1,096점을 기록했다. 데스크톱용 그래픽 카드와 비교해본다면 엔비디아의 지포스 GT 730(926점), AMD 라데온 R7 240(957점) 보다는 높지만 지포스 GT 640(1,287점)보다는 다소 낮은 점수다. 다시 말해 10만원 대 그래픽 카드에 비하면 낮지만 5만원 대 그래픽 카드보다는 나은 성능을 낸다는 의미다.
게임 성능 테스트용으로 널리 쓰이는 퓨처마크사의 프로그램인 3DMark의 Fire Strike 점수는 1,438점을 기록했다. 참고로 IT동아의 예전 리뷰에서 AMD A10-7870K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A10-7850(카베리) 시스템은 동일한 테스트에서 1,002 점, 코어 i7-4770(하스웰) 시스템은 879점을 기록한 바 있다. 외장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은 내장 GPU 기반의 시스템 중에 A10-7870K이 가장 높은 3D 그래픽 구동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게임 구동 능력 테스트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의 점수가 좋더라도 실제 게임 성능이 좋지 못하다면 의미가 없다. 최근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을 구동,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및 그래픽 품질 '중간' 상태에서 '소환사의 계곡' 맵을 3:3 상태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했다.
테스크 결과, 유닛이 적을 때는 평균 120프레임 이상, 유닛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평균 100프레임 정도를 유지하며 대단히 쾌적한 게임 진행이 가능했다. LOL 수준의 게임이라면 굳이 그래픽 카드 추가 없이 A10-7870K의 내장 GPU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다음으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실시간 전술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다. LOL과 마찬가지로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 중간으로 20여분 정도 3:3 대전을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유닛이 적을 때는 평균 70~80 프레임, 유닛이 많이 등장할 때는 45~60프레임 사이를 유지했다. 이 정도면 스트레스 없이 원활하게 게임을 진행할 만하다. 화면 해상도만 낮춘다면 60프레임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도 문제 없을 것 같다.
MMORPG인 '검은사막'도 플레이해 봤다.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을 중간에 두고 마을과 필드를 오가며 30여분 정도 게임을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화면 프레임은 25~30프레임 전후로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끊김이 거의 없이 꾸준하게 해당 프레임이 유지되어 실제로 체감하는 플레이 감각은 제법 원활한 수준이었다.
마지막으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최신 패키지 게임인 '더 위쳐3(The Witcher 3)'다. 이 게임은 상당한 수준의 사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내장 GPU 기반의 PC에서는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서는 끊김이 심해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없었으며, 1,280 x 720 해상도에서 그래픽 품질을 낮음으로 설정한 상태에서도 20프레임을 전후해서 프레임 변화가 심해 쾌적하지 않았다. 고다바리의 내장 GPU 성능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런 고사양 패키지 게임까지 즐기기엔 다소 무리인 것 같다.
고클럭에 비해 발열이나 소음 수준은 무난
AMD의 일부 프로세서는 발열이 심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곤 했다. 고다바리 A10-7870K 역시 동작 클럭이 4GHz를 넘나들고 TDP가 95W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걱정이 될 만하다. 하지만 고사양 게임을 몇 시간 정도 연속 구동한 상태에서도 프로세서 온도는 섭씨 45도 정도를 유지했고, 냉각팬(순정)의 회전 속도가 3,500 rpm 정도로 다소 높은 편이긴 했지만 거슬릴 정도로 소음이 시끄럽진 않았다. 물론 이번 테스트에선 PC 케이스에 조립하지 않은 누드 상태의 시스템을 썼기 때문에 실제 PC 시스템에 비해 발열 문제가 덜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제법 괜찮은 발열 수준이다.
수직동기화 없이 화면 갈라짐이나 입력 지연 해소하는 프리싱크 기술 지원
최근 출시되는 AMD의 APU 및 그래픽카드는 프리싱크(FreeSync) 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GPU에서 출력되는 초당 프레임이 모니터의 주사율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테어링 현상(화면 갈라짐)을 막는 기술이다. 기존의 기술인 수직동기화(V Sync)로도 테어링 현상을 막을 수 있으나 이는 화면 프레임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프리싱크는 GPU의 프레임에 따라 모니터의 주사율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하여 수직 동기화 없이 테어링 현상을 억제하는 것이 장점이다.
고다바리 A10-7870K 역시 프리싱크 기술을 지원한다. IT동아의 테스트 시스템에 프리싱크 지원 모니터인 에이수스(ASUS) MG279Q를 연결, 모니터의 설정 메뉴와 카탈리스트 드라이버의 등록정보(디지털 평면패널)에서 프리싱크를 활성화 한 후 게임(포탈2)을 구동해봤다.
참고로 MG279Q의 프리싱크 기능은 모니터 주사율 35~90Hz 사이에서만 활성화되므로 프리싱크 기능을 켠 후에 윈도 디스플레이 제어판에서 모니터 주사율을 90Hz로 맞춰야 한다. 그리고 요즘 게임들은 구동 중에 모니터 주사율을 강제로 60Hz로 고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프리싱크의 효용성을 높이려면 카탈리스트 고급 메뉴의 게임->3D응용프로그램 설정에서 수직 재생 대기 항목을 '항상 끔'으로 변경해야 한다.
이 상태로 게임을 구동해 보니 수직동기화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을 빠르게 움직여도 테어링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수직동기화 상태와는 달리, 프레임의 급격한 변화나 키보드나 마우스의 입력 지연 현상도 거의 없어서 FPS 게이머라면 환영할 만하다. 다만, 앞서 이야기 한대로 프리싱크는 모니터 주사율 35~90Hz 상태에서만 적용된다, 따라서 화면 프레임이 초당 90프레임을 넘으면 프리싱크를 활성화해도 테어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알뜰파 게이머들이 환영할만한 높은 '가성비'가 매력
AMD의 이번에 출시한 데스크톱용 APU 고다바리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완전한 신제품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아키텍처를 응용한 개량 제품에 가깝다. 때문에 약간 불안함도 있었으나 실제로 써보니 생각 이상으로 쓸만한 제품이었다. 경쟁사의 주력 제품인 코어 i5에 근접하는 CPU 성능을 발휘하며, 내장 GPU의 성능은 현재 팔리고 있는 제품 중에 최상위급이다.
특히 137달러의 합리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LOL이나 스타크래프트2와 같이 현재 e스포츠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임을 별도의 그래픽카드 추가 없이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고, 기존 FM2+ 메인보드에서 곧장 업그레이드 가능하다는 점은 알뜰파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클럭 대비 효율과 소비전력 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은 후속작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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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