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헌도. 스포츠동아DB
“생각을 내려놓으니 노린 공 잘 보인다”
“2군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아요.”
넥센 외야수 박헌도(27·사진)는 빙긋이 웃었다. 5일 잠실 두산전에서 4-5로 뒤진 8회초 극적인 역전 결승 2점홈런을 터뜨리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덜었다. ‘최고의 시즌’을 마주할 뻔했지만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으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그에게 촉촉한 단비가 내렸다. 열흘간의 2군행이 큰 자산이 됐다.
출발은 창대했다. 1·2군을 오간 지난해와 달리 팀 내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하게 몸을 만든 결과 대타로서 가치가 치솟았다. 시즌 초반 이택근의 허리 부상과 외국인타자 브래드 스나이더의 부진으로 선발출전 횟수가 부쩍 늘었다. 4월 17일 광주 KIA전 8회 우중간 2루타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당시까지 타율 0.394로 매서운 타격감을 뽐냈다. 박헌도는 “힘으로 넘기면 안타가 나올 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축선수들의 복귀와 함께 체력적 부담이 찾아왔다. 5월 타율 0.231, 6월 타율 0.193으로 날개 없는 추락이 이어졌고, 6월 2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즌 첫 1군 엔트리 제외. 박헌도는 “그동안 타율을 많이 의식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기약 없는 열흘이 이어졌다. 타격폼 수정은 없었다. 다만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박헌도는 “타격시 생각이 많았다. 생각을 내려놓고 노린 공을 자신 있게 칠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심재학 타격코치는 1일 1군에 합류한 박헌도에게 “전광판을 의식하지 말자. 숫자는 시즌이 끝나야 기록이 된다”고 당부했다.
새 마음으로 출발한 두산과의 주말 3연전. 선발출전한 4일 경기에선 멀티히트, 5일 경기에선 결승 홈런을 터뜨리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그는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면서 타격감을 찾은 것 같다. 경기 후반에 대타로 많이 나가는데, 득점권 찬스에서 더욱 잘치고 싶다. 타점을 올려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