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이었던 홈에서의 수비 장면. 3일 사직 경기 연장 12회말 대주자로 투입된 롯데 투수 박세웅이 홈으로 슬라이딩하자, SK 포수 이재원이 다소 느슨하게 태그하고 있다(위쪽 사진). 4일 경기에선 롯데 포수 안중열이 1회초 SK 이명기를 태그하는 과정에서 홈플레이트를 막아서는 바람에 충돌한 이명기가 부상을 입을 뻔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경기 후 배터리코치에게 직접 사과
롯데 안중열 3차례 홈플레이트 막아
이명기·최정과 홈서 충돌 위험천만
지난해 넥센-LG의 플레이오프, 이례적으로 양 팀 감독은 ‘신사협정’을 맺었다. 1차전에서 홈으로 쇄도한 넥센 강정호(현 피츠버그)가 LG 포수 최경철과 충돌한 것을 계기로, 공이 없을 때 포수가 홈을 막는 블로킹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제는 포수와 주자의 홈 충돌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 주말 사직 롯데-SK전은 그 이유를 보여준 경기였다.
3연전 첫 날인 3일, 롯데는 엔트리에 있는 야수를 모두 소진하고 연장 12회말 투수 박세웅과 이정민을 대주자로 기용했다. 2사 1·2루서 터진 안중열의 좌전안타 때,2루에 있던 박세웅은 홈으로 뛰었다. SK 포수 이재원은 홈에서 박세웅을 느슨하게 태그했다. 결과는 아웃. 8-7로 SK가 그대로 승리를 챙겼다.
4일 경기 1회초 SK 공격. 홈에서 또다시 태그아웃 상황이 발생했다. 2사 2루서 나온 이재원의 좌전안타 때 2루주자 이명기는 좌익수 아두치의 정확한 홈 송구에 태그아웃됐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롯데 포수 안중열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 홈 플레이트 앞을 막아섰다. 태그를 하다 공이 미트에서 빠졌지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한 이명기의 왼쪽 어깨는 안중열과 충돌했고 홈 플레이트를 노렸던 왼손은 그대로 안중열의 몸에 깔렸다.
5일에는 6회초 2사 1·2루서 나온 이재원의 2타점 적시 2루타 때, 1루주자 최정이 안중열과 충돌했다. 이번에도 안중열은 공이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홈 플레이트를 막았고, 바운드된 공을 포구하는 데 실패했다. 이명기와 달리 최정은 오른손으로 공 없이 서있던 안중열을 밀고 들어갔고, 뒤늦게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했다.
이재원은 느슨한 태그에 대해 이튿날 배터리코치에게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투수인 박세웅을 배려한 수비였지만, 그의 말대로 승부의 세계에선 용납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안중열의 홈 수비는 위험천만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올 시즌부터 홈 충돌 방지 규정이 신설돼 공 없이 주자의 진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 이 경우, 안전 진루권을 줘 세이프를 준다. 주자와 포수, 양측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신설한 규정이다. 몸이 재산인 선수들에겐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아직 한국프로야구에선 이처럼 위험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최근에는 지도자들이 홈 플레이트를 막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아마추어 때부터 기본기를 제대로 익혀야만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