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수·조풍래, 배우를 꿈꾸며 얻은 ‘우정’, 그리고 ‘신과 함께’

입력 2015-07-08 1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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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풍래, 박영수.

배우 박영수와 조풍래의 교집합은 ‘서울예술단’이다. 인생에서 한 번도 부딪힌 적이 없었던 이들이 ‘배우’의 꿈을 꾸며 만났고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며 친구가 됐다. 박영수가 한 기수 선배지만 나이가 같아 막역한 사이가 된지 이제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올해는 막내를 뽑아주시기로 했는데”라며 귀엽게 투정부리는 이들은 아직 서울예술단의 막내이기도 하다.

이젠 눈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것 같은 두 사람은 “눈만 보면 잘 모른다”고 재미있게 농을 던졌지만 그 동안 함께 해온 작품만큼이나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서울예술단의 절친’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온 것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장난을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두 사람의 친한 동료인 김도빈까지 부를 것 그랬다고 아쉬워하자 그들은 “그러면 아마 기사를 못 쓰실 거다”라며 크게 웃었다.

이들은 현재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이하 ‘신과 함께’)을 공연 중이다. 인간 김자홍이 세상을 떠난 뒤 만나는 저승차사 중 하나인 강림도령 역을 조풍래가, 그리고 김자홍이 49일 동안 거치게 될 7개의 심판을 함께 할 변호사 진기한 역을 박영수가 맡았다. 서울예술단의 레퍼토리 중 가장 색깔이 다른 이 작품을 한다고 들었을 때 처음에 조풍래는 머리를 갸우뚱하기도 했다고.

“웹툰을 뮤지컬로 만든다고 하기에 살짝 코웃음이 나오긴 했어요. 처음엔 ‘무슨 만화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원작 세 권을 순식간에 읽었어요. 동시에 제가 만화를 가볍게 여겼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뮤지컬로 잘 올라간다면 국내 창작뮤지컬로 오래도록 사랑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조풍래)

그의 예상이 통하기라도 하는 걸까. ‘신과 함께’는 12일이라는 짧은 공연기간이지만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루며 관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1일 첫 공연에 임한 박영수는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자못 놀라기도 했다. 그날 관객으로 무대석을 바라본 조풍래 역시 “박수 치시는 분을 많이 봤는데 우시다가 박수를 못 치시는 분들도 꽤 있었다. 가끔 내가 먼저 박수를 칠 때도 있는데 이날은 나도 먹먹해져서 못치겠더라”고 말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환호성이나 박수가 단지 저희의 팬이라서 보내는 게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인사하러 나오는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색다른 기분이었어요. 관객들이 느끼고 있는 즐거움과 슬픔 등 온갖 감정들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확실히 예전 무대와는 좀 달랐어요.”(박영수)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만큼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력도 비례했다. 유명한 웹툰이 원작이라 마니아들의 평가도 두려웠고 저승의 칠(七)지옥, 저승과 이승의 화면 전환 등 만화가 무대로 옮겨졌을 때에 느껴지는 한계에 대해서도 서로 고민했다. 예술의전당 리허설을 시작하기 전까지도 완성도 있는 무대를 위해 고치고 또 고쳐야만 했다.

“3권 분량의 만화를 2시간 30분 정도의 무대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심판 받는 일곱 군데의 장소, 강림 도령과 원귀가 있는 이승이야기까지 넣어야 하잖아요. 함축적이면서도 짜임새 있는 극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좋은 형태를 지닌 극을 만들어 물 흐르듯 흘러가며 관객들을 납득시켰으면 좋겠어요.”(조풍래)

캐릭터 역시 고민거리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승사자’인 강림도령과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은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다. 육안으로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전래동화나 우화 등에서 저승사자는 많이 나오고 변호사 역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많이 접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웹툰에 나오는 이들은 외형부터 성격까지 독특하다. 이에 배우가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지게 된다. 캐릭터의 겉은 독특하되 연기 등은 결코 튀어서도 묻혀서도 안 된다. 한 마디로, 매우 어려운 캐릭터다.

조풍래는 “무작정 강하게 보이려 하지 않았다. 장난도 칠 수 있지만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를 구상했었다. 그런데 너무 강하게 표현을 안 하니 강림이 무대에서는 조금 착하게 보이더라. 지금은 조금 다듬어 거칠게 만들고 있다. 장면마다 부드럽고 거친 성격을 번갈아 보여드릴 것 같다. 사람도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진기한은 약간 변태 같았어요. (웃음) 괜히 어려운 것을 선택해서 성취하는 즐거움을 찾는 인물이라고나 할까요? 만화에서 보면, 학생시절 진기한은 교수에게 독특한 과제를 제출한다든가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틈으로 접근하잖아요. 스스로 어려운 것을 선택해서 도전하는 사람이니 구제하기 힘든 영혼을 구하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낄 것 같았어요. 실제로 연습하면서 일곱 개의 관문을 통과한 김자홍을 다시 환생시킬 때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었어요.”(박영수)

‘신과 함께_저승편’은 우스갯소리로 표현하자면, 사람을 ‘갱생’시키는 작품이다. 배우들과 함께 저승에 있는 7개의 심판을 통과할 때는 저절로 양심이 ‘쿡’ 찔린다. 생애 내가 누군가의 물건을 훔쳤거나, 말로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않았는지 또 내 부모에겐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뜨끔하면서도 저절로 눈물이 나기도 한다.

배우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대놓고 좋은 아들이었는지 묻자 조풍래는 “좋은 아들이다”라며 웃더니 “아버지가 유도를 전공하셨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시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되게 무서워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는 한빙지옥에서 나오는 아버지, 어머니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의 연기를 보면 눈물이 흘러요. 사실 그 분들이 원래 연기를 하셨던 분들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건지 몰라도 그냥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려요. 게다가 김자홍이 아버지의 마음을 속상하게 하고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 어찌나 저 같던지, 어휴. ‘신과 함께’가 사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조풍래)”

박영수 역시 부모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했다. 그는 “바로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며 “그냥 일상이야기를 나눴다. 별 거 아닌데 평소에는 왜 이렇게 힘든지. 관객들도 돌아가는 길에 주변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 집안의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웠어요. 어머니께서 참 많이 힘들어하셨죠. 빚 때문에 머리를 끙끙 앓고 있는 어머니께서 잠드셨을 때 손을 꼭 잡고 ‘꼭 효도하겠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제가 참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게 ‘연극으로 돈 많이 벌어줄게’라는 마음을 먹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바빠지면서 집에 한 번 못 내려갔는데 최근에 좀 더 자주 내려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어버이날’에 집에 내려가서 같이 식사도 하고 선물도 사 드리고 34년동안 밋밋했던 아버지와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지금이라도 더 잘 해드리고 싶어요.”(박영수)

앞서 말했듯, 두 사람은 서울예술단의 막내들이다. 얽히고설킨 재미있는 서열관계가 있긴 하지만 김도빈과 함께 ‘서울예술단의 F3’로 활약(?)하고 있다. 서로 어떻게 친해졌는지 물어보자 이 둘은 “그냥 연습하면서…”라며 건전한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이 막내들, 노는 건 더 건전하다. 박영수는 “술을 잘 못 마셔서 보통 PC방을 가서 축구게임을 하거나 볼링 치러 가고 다트 하러 간다. 가끔 시간이 나면 레포츠를 하러 간다”라고 말했다.

이제 ‘서울예술단’에 속한 지 약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애착은 누구보다 크다. 특히 서울예술단 작품이 아닌 외부에서 공연을 올릴 때 서로의 소중함을 더욱 느낀다. 박영수는 “우리는 조금 느리지만 한 방향을 잡아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물론 외부작품이 협업이 잘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거기서도 서로 한 작품을 위해 쏟는 에너지가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단체’이다 보니 협업의 중요성을 더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단원들이 한 작품에 뛰어들 때 시너지가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김)도빈이나 (박)영수의 존재가 소중하죠.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단원들이 좋은 공연으로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였으면 좋겠어요.”(조풍래)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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