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뛰는 가을’ 17년차 박정진의 소원

입력 2015-07-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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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스포츠동아DB

■ 감격의 올스타전 베스트12, 그보다 간절한 ‘가을야구’


한화서 17년…첫 올스타 베스트 멤버
올스타전 감사하지만 가을야구 더 의미
1999년 우승 때 못 밟아본 KS 마운드
유니폼 벗기 전까지 꼭 밟아보고 싶어


“제가 정말 오르고 싶은 무대는 올해 가을에 찾아옵니다.”

한화 왼손투수 박정진(39·사진)은 올해 팬들이 뽑은 올스타전 베스트 멤버다. 프로 데뷔 17년 만에 처음이다. 당연히 영광스럽고, 무척 행복한 경험이다. 그 역시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팬들에게 무척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런 박정진이 ‘별들의 잔치’보다 더 갈망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가을잔치’다.

박정진은 8일 대전 두산전에 앞서 “대학교(연세대) 4학년 때 우승한 이후로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그 감격이 가물가물할 정도”라며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도 감사한 경험이지만, 올해는 그보다 가을야구를 꼭 하고 싶다. 나 혼자가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고 바랐다.

데뷔 후 벌써 17번째 시즌. 그러나 박정진이 가을 마운드를 밟은 기억은 2001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때뿐이다. 그는 “내가 신인이던 1999년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는데, 그 당시에는 엔트리에도 들지 못해 직접 우승을 실감할 수 없었다. 2001년 두산과 준PO에서 2경기를 던졌지만, 내가 별다른 역할도 하지 못하고 팀이 금세 떨어졌던 아쉬움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또 한화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5∼2007시즌에는 군복무와 부상으로 아예 1군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한화는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승률 5할과 5위 자리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중이다. 박정진은 “오랫동안 한화에만 몸담았던 내가 보기에, 선수들이 매 경기 신중하게 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 지더라도 다음날 곧바로 ‘리셋’을 해서 힘을 내곤 한다”며 “나 역시 이전에 좋았던 2010년, 2011년처럼 야구장에 나오면 머릿속에 잡생각이 없어지고 내가 해야 할 운동에만 집중하게 되는 게 느껴진다. 또 주변 동료들에게 좀더 시선을 돌리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팀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아 부은 박정진이다. 그리고 한화가 가을야구 무대를 다시 밟기 위해선 앞으로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프로에서 야구를 하면서 남들이 우승하는 것을 지켜만 봤지, 내가 누리지는 못했다.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 야구선수로서 최대한 많이 가을잔치에 나가고 우승도 꼭 해보고 싶다”며 “이제 후반기가 되면 우리 팀도 본격적으로 순위를 생각하며 경기할 때가 올 것 같다. 그때 더 많이 이기기 위해 나 역시 더 잘 관리하고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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