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전력 외 선수들’의 반란

입력 2015-07-10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허준혁-김재원-양석환-김동준-김호령(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KT위즈

두산 허준혁, 4경기 2승에 1점대 방어율
kt 김재윤, 투수 전향 성공…필승조 안착
LG 양석환, 한나한 공백 완벽히 메워
1군 캠프서 배제된 선수들 깜짝 활약 눈길

허준혁(25·두산), 김재윤(kt·25), 양석환(LG·24), 김동준(23·넥센), 그리고 김호령(23·KIA)까지…. 선발투수부터 중간투수, 그리고 내·외야수가 망라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당초 1군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낮았던 선수들이다.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40명 남짓한 선수 구상에는 없었다. 현재보다는 내일에 초점이 맞춰진 미래전력들이자, 성공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선수들이기도 했다. 몇몇 감독들은 이들을 ‘전력 외’라고 불렀다. 존재감 자체가 미약했던 이들이 찬란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예기치 못한 활약으로 팀을 건강하게 하는 한편,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선명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 스프링캠프에서 배제된 선수들

1군 스프링캠프는 새 시즌을 위한 시금석이다. 유망주들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40여명에 달하는 1군 캠프 명단에 합류해야 27명으로 좁혀지는 1군 엔트리에 들어갈 확률도 높아진다. 2군 캠프나 재활군 캠프 선수들에게 1군 진입은 바늘구멍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한 차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렸다.

허준혁, 김동준, 양석환은 각 팀이 마련한 2군 대만 캠프에서 새 시즌을 준비했다. 2009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허준혁은 201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저 그런 원포인트 릴리프에 불과했다. 이번 스프링캠프부터 선발수업을 받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2012신인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넥센의 지명을 받은 김동준은 이듬해 2군 캠프에도 배제됐다. 그러나 올해 2군 캠프에서 릴리스 포인트와 밸런스를 키우며 직구 구속을 147㎞까지 올렸다. 2014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LG에 입단한 양석환도 대만 캠프에서 공격 재능을 뽐내며 신경식 2군 타격코치를 사로잡았다.

2015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에 KIA의 지명을 받은 김호령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김기태 감독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야구대제전에서 부상을 당해 함평 재활군에 머물렀다. 2015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특별지명을 받은 김재윤은 부상으로 캠프 합류가 불발되기도 했다.


● 기회 놓치지 않은 별들


허준혁은 두산 더스틴 니퍼트의 어깨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결과는 훌륭했다. 4경기에 선발등판해 2승, 방어율 1.08(25이닝 3자책)을 기록했다. 같은 경로를 거쳐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유희관의 전철을 밟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허준혁은 시즌 구상에 없었지만 한용덕, 이상훈 코치의 추천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재윤은 지난해 말 조범현 감독의 제안으로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내년과 내후년을 위한 포석이었지만, 놀라운 습득력을 자랑하며 올 시즌 팀의 필승조로 안착했다. 시속 150㎞를 넘는 강속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양석환은 타격과 수비 모두 1군에서 빠르게 적응하며 주전과 백업을 넘나들고 있다. 시즌 초반 잭 한나한의 공백을 잘 메웠다. 양석환도 양상문 감독의 구상에 없던 선수다. 김동준은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며 투수진이 약한 넥센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김호령도 빠른 발과 탁월한 센스로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눅눅한 도시락을 먹으며 내일을 향해 뛰는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