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테임즈. 스포츠동아DB
-박병호, 홈런·최다안타·득점 선두
-테임즈, 타점·장타율 1위로 맞불
-각각 30개·28개 홈런경쟁도 주목
-2003년 이승엽-심정수 대결 닮아
더욱 진화한 ‘국가대표 4번타자’ 박병호(29·넥센), 그리고 그에 맞서는 공포의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NC·29). 1986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이 KBO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서로를 이끌어가는 홈런 레이스는 물론이고, 타격 전 부문에서 선두를 놓고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03년 삼성 이승엽과 현대 심정수가 벌였던 팽팽한 대결 구도가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어 당분간 최고 라이벌 구도는 보기 힘들 수도 있다.
● 다재다능한 박병호-테임즈의 타격전쟁
박병호는 최근 3년간 한국 최고의 홈런타자였다. 지난해 52홈런을 때린 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후보는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KBO리그에서 37홈런, 타율 0.343을 기록하며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 테임즈가 올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시즌 초반부터 줄곧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더니 16일 현재 28홈런으로 박병호(30개)에 불과 2개차로 뒤진 2위에 올라있다.
박병호는 홈런 경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3~4월 6홈런에 그쳤지만, 5월과 6월 9홈런씩을 때리며 홈런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항에서 14~16일 사흘 연속 아치를 그리는 등 7월에만 6홈런을 뽑아 역대 3번째로 4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아울러 2년 연속 전반기 30홈런은 역대 최초다.
두 라이벌이 타격 전 부문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병호는 KBO 시상이 이뤄지는 타격 7개 부문 중 홈런, 최다안타(116개), 득점(82)에서 1위에 올라있다. 테임즈는 타점(86)과 장타율(0.783) 1위를 지키고 있고, 홈런-타율(0.360)-득점(77)-출루율(0.474) 등에선 2위로 선두를 추격 중이다. 박병호는 타점(83), 장타율(0.691)에서 테임즈에 밀린 2위다. 타율은 0.348로 3위다.
특히 둘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각자의 장점을 빼닮고 있다. 박병호는 최다안타와 타율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테임즈는 홈런과 장타력에서 힘을 더하고 있다. 2003년 나란히 50홈런을 넘어선 이승엽(56개)과 심정수(53개)처럼 동반 50홈런을 12년 만에 재현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 이승엽-심정수 이후 12년만
이승엽과 심정수는 2003년 최고의 라이벌로 꼽힌다. 당시 재계 라이벌이었던 삼성과 현대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다양한 기록과 풍성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승엽이 56개로 당시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경쟁자 심정수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승엽은 그해 홈런-타점(144)-득점(115)에서 3관왕으로 우뚝 섰다. 144타점은 지난해까지 깨지지 않은 단일시즌 최다타점 기록이다. 심정수의 활약도 대단했다. 장타율(0.720)과 출루율(0.478)에서 1위에 올랐고, 홈런-타점(142)-타율(0.335)에선 2위를 차지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