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사진제공|진아엔터테인먼트
아무 장식도 없는 순백의 표지에는 딱 석 줄이 적혀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나 보기가 力겹다’ 밑으로 ‘그러기에 아직 늦지 않았어’와 ‘마야 로드 에세이’.
‘나 보기가 역겹다’는 물론 마야의 데뷔곡이자 히트곡인 ‘진달래꽃’에서 따 왔다. 한없이 나약하고, 방황하고, 고뇌하는 스스로에 대한 ‘역겨움’. 하지만 결론은 ‘역겹다’의 ‘역’을 ‘힘(力)’으로 바꿔놓았다. 6년 전 전국의 람사르 습지를 혼자 오토바이로 여행하며 얻은 ‘힘’은 그녀의 삶을 ‘力겹게’ 만들었다.
책은 여행의 일정과 마야의 과거 이야기를 교차 구성해 놓았다. 구성이 치밀하여 마치 잘 짜여진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싱싱한 재미가 느껴진다. 부모님과 떨어져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동료와 후배들이 하나 둘 씩 빠져 나가는 연습실을 혼자 6년이나 지켜야 했던 연습생 시절, ‘진달래꽃’이 터지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지만 이내 마주쳐야했던 소포모어 징크스.
읽는 이는 ‘마야’와 ‘김영숙’의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 동안 점점 글쓴이의 뼈대가 들여다보일 정도로 솔직한 감성과 생각에 동화되어 가고, 결국에는 글쓴이의 팬이 되어 버린다. 한 장 한 장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 ‘마일리지’처럼 ‘마야리지’가 쌓여간다. 묘한 ‘力’을 가진 글이다.
책을 읽다보니 못 견디게 마야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과자를 깨물어 먹듯 그녀의 앨범들을 아껴 들으며 책을 읽었다. 그녀의 노래는 그녀의 여정, 살아온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들었다. 일몰이 붉게 물들여 가는 순천만에서는 ‘진달래꽃’이, 어린 시절 그녀를 키워 준 할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쾌지나칭칭나네’가, 태안에서 무안으로 가는 폭우 속에서는 ‘쿨하게’가, 해발 700m 산지 습지에서 멈춰 서 버린 오토바이를 끌고 언덕길을 힘겹게 오를 때는 ‘나를 외치다’가 귀에 울려 퍼졌다.
여행에서 돌아온 저자는 한강 다리 위에 서서 유람선이 쏘아 올리는 불꽃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도 저 불꽃처럼 나를 태워 살아가리라”고 마음먹는다.
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든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책장을 덮고도 며칠 간 책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후배에게 선물로 주었다. 요즘 힘들다는 후배에게도 ‘力겨움’이 하얗게 돋아나길 희망하면서.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