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亞 1호 사이클링히트’ 역사 쓰다

입력 2015-07-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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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추신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ML 데뷔 11년만에 첫 대기록…9회에 완성한 기적의 드라마

2회 2루타·4회 솔로·5회 안타·9회 3루타
텍사스 팀 역대 8번째…올시즌 ML 2번째
감독과 불화설 딛고 새로 쓴 위대한 이정표

텍사스 추신수(33)가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선수 최초로 사이클링히트를 작성했다. 한 경기에서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쳐내야 하는 사이클링히트는 1882년 출범한 메이저리그에서도 종전까지 306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데뷔 11년, 1059경기 만에 이 대기록을 달성했다. 텍사스 구단 역사상으로 따져도 8번째다. 2012년 아드리안 벨트레, 2013년 알렉스 리오스 이후 처음이다. 올 시즌에는 6월 17일(한국시간) 보스턴 브룩 홀트에 이어 2번째다.


● 극적인 사이클링히트 달성까지

추신수는 22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7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5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2회 무사 2루서 맞은 첫 타석부터 콜로라도 우완 선발 카일 켄드릭을 상대로 적시 2루타를 뽑았다.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서 우중월1점아치를 그렸다. 시즌 12호 홈런이자, 2일 볼티모어전 이후 12경기 만에 터트린 홈런이다. 추신수의 불 붙은 방망이는 왼손투수에게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5회 1사 1·3루선 바뀐 좌완 불펜투수 요한 프란데를 상대로 이날 경기 자신의 3번째 타점이 되는 적시타를 쳐냈다. 7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데다, 사이클링히트에서 가장 어렵다던 3루타가 나오지 않아 대기록 달성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9회 다시 한 번 타석에 설 기회가 주어졌고, 선두타자로 등장해 좌완 렉스 브라더스를 상대로 구장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3루타를 기어코 터트렸다. 9회 3루타를 쳐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한 것은 2009년 8월 2일 뉴욕 양키스 멜키 카브레라가 시카고 화이트삭스 원정경기에서 달성한 이후 6년만이다. 텍사스는 9-0으로 이겼고, 시즌 42타점을 올린 추신수의 타율은 0.235까지 치솟았다.


● 불화설과 불안한 팀 내 입지 반전시킬까?

사이클링히트 기록 자체도 기념비적이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좌완투수 등판 시 추신수를 선발에서 빼는 플래툰 시스템을 구사했다. 실제로 직전 2경기에서 추신수는 좌완 선발이 나왔다는 이유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20일에는 아예 나오지도 못했고, 21일 콜로라도전에선 8회 대타 삼진 후 우익수 수비 도중 교체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에 앞서 6월 11일 오클랜드 원정경기 직후에는 배니스터 감독이 추신수의 수비를 공개 질책했고, 이에 추신수도 “그럼 글러브를 줄 테니 (감독이) 해보라”고 취재진을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음날 갈등은 봉합됐지만 앙금은 남았다.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를 받는 선수를 ‘반쪽’으로 만든 현실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추신수는 사이클링히트로 좌완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직 실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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