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정의윤, 실패한 LG의 2005년 야심작

박병호-정의윤(오른쪽). 스포츠동아DB

야심 찼던 LG의 2005년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아쉬운 실패로 마감됐다.

LG는 24일 SK와의 3: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우타자 정의윤(29)과 좌완투수 신재웅(33), 우완투수 신동훈(21)을 내주고, 좌완투수 진해수, 우완투수 여건욱(이상 29), 좌타자 임훈(30)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름값을 생각할 때, LG에서 SK로 넘어간 정의윤과 신재웅의 이적에 눈길이 쏠린다.

정의윤과 신재웅, 둘 모두 2005년 드래프트를 통해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정의윤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 지명을, 신재웅은 동의대를 마치고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정의윤은 그해 1차 우선지명을 받은 성남고 출신 박병호(29)와 함께 LG의 우타 거포 갈증을 풀어줄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LG는 2002년 준우승 이후 2년 연속 6위에 그치며 팀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유망주들을 수혈하면서 체질개선에 나서려고 했다.

정의윤은 당시 부산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야수 중에서는 박병호와 함께 초고교급 선수로 쌍두마차를 형성했다. 자연스레 지역연고 롯데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부산 출신 롯데 레전드인 SK 김용희 감독은 “정의윤을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 대신중 시절 사직구장에서 홈런을 때렸던 선수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롯데는 정의윤을 뽑는 대신 2명의 투수를 먼저 호명했다. 사이드암 이왕기(부산고)를 1차 지명으로 뽑은 데 이어 2차 1라운드에서 우완 조정훈(용마고)을 뽑았다. 불펜과 선발자원을 1명씩 선발하며 마운드 보강에 나섰다. 당시 롯데 감독이 현 LG 사령탑인 양상문 감독이었다. LG는 앞선 2차 1라운드 1번(롯데), 2번(두산·서동환)에서 정의윤이 이름이 불리지 않자 쾌재를 불렀다. 정의윤은 그렇게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줄무늬 유니폼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첫해 10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2, 8홈런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이후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듬해 홈런은 6개, 2007년 3개로 줄었고, 2008년에는 단 1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733경기 출전에 타율 0.261, 31홈런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신재웅은 2014년 57경기에서 8승3패8홀드를 기록하며 팀의 필승조로 안착했다. 데뷔 이후 최고 시즌이었다. 하지만 SK가 정우람의 마무리로 이동으로 빈 왼손불펜을 신재웅으로 보강하면서 LG에 2005년 입단 선수들은 사라졌다.

박병호가 2011년 LG를 떠나 넥센에서 국가대표 4번타자로 성장했고, 2005년 2차 5라운드 지명을 받은 홍성용(29)은 NC를 거쳐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정의윤과 신재웅도 새 팀에서 새롭게 비상할지 지켜볼 일이다.

목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