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불법 스포츠 도박에 리그 존립마저 위태로운 대만야구

입력 2015-07-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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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프로야구는 1997년 11개 팀이 양대리그를 운영할 만큼 최고 인기를 누렸지만, 1995년 이후 연속해서 터진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현재는 4개 구단으로 축소돼 리그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2013년 안방 타이중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 호주 캔버라 캐벌리에 패한 대만 EDA 라이노스 선수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9. 대만야구의 몰락

검은 타이거즈·검은 독수리·흑사회 사건 등
승부조작 사건 잇따라…야구 흥행 열기 찬물
한때 11개 구단서 현재 4개 구단 리그로 축소

야구는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1990년 대만프로야구리그(CPBL)가 4개 팀으로 출범한 뒤 1997년에는 양대 리그-11개 구단으로 확대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1991년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고, 1995년 164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1996년 평균 관중이 5000명 밑으로 내려가더니 1997년에는 총 관중 68만5000명·평균 관중 2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2개의 리그가 갈등을 빚은 탓에 팬층이 분열된 탓도 있었지만, 승부조작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팬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 결정타였다. 잠시 중흥의 기운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승부조작에 발목을 잡힌 결과 현재 CPBL은 4개 구단으로까지 축소됐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직격탄을 맞아 리그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 것이다.


● 승부조작의 온상 된 대만프로야구


총의 협박과 돈의 유혹으로 무장한 폭력조직이 개입된 승부조작이 대만프로야구의 근간을 위협했다. 1995년 10월 14일 삼상 타이거즈의 투수가 고의로 볼을 남발해 팀을 패배로 몰고 간 소위 ‘검은 타이거즈’ 사건이 발단이었다. 삼상 타이거즈는 1990년 CPBL 출범 멤버였지만, 이 사건 이후 쇠락의 길을 걷다가 1999년 결국 해체됐다.

곧이어 ‘검은 독수리’ 사건이 터졌다. 시보 이글스는 1997년 전반기 우승팀이었는데, 선수들 상당수가 조직폭력배가 주도하는 불법도박에 연루돼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된 선수가 너무 많아 1998년 팀 해체 수순을 밟았다. 또 1997년 대만프로야구 최악의 스캔들로 꼽히는 ‘흑사회’ 사건마저 터지며 회복불능의 단계로 치달았다. 폭력조직 흑사회가 승부조작을 협박하기 위해 현직 감독을 칼로 찌르고, 선수들을 납치한 사건이다.

이후 대만프로야구는 2003년 6개 팀이 뭉쳐 단일리그로 통합하고,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며 재기를 꿈꿨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자, 팬들의 마음은 돌아섰다. 그 여파로 2007년에는 중신 웨일즈가 해체됐고, 2008년에는 디미디어 티렉스가 법원의 강제해체 명령을 받았다.

2008년 사건은 폭력조직이 일부 선수들과 결탁해 음모를 꾸민 차원을 넘어 야구단을 장악하다시피한 뒤 승부조작을 일삼은 것이라 파장이 더 컸다. 평균 관중은 아예 1000명 아래로 떨어졌고, 멀쩡한 야구단마저 경영이 악화됐다. 이는 대만야구의 국제경쟁력 저하로 이어졌고, 다시 인기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 무엇이 선수들을 유혹에 빠뜨렸나?

대만프로야구가 자꾸 승부조작의 늪에 빠지는 결정적 이유는 선수들과 폭력조직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대만프로야구의 최고 연봉 선수는 우리 돈 2억∼3억원을 받는다. 평균 연봉은 7000만원 안팎이고, 그 절반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상당수다. 대만프로야구의 모기업은 글로벌 기업 위주의 한국과 달리 중소기업들인 만큼 철저히 이익 창출을 목표로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데, 수익구조가 악화된 현 실정에선 선수 연봉도 오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폭력조직이 대만프로야구에 기생할 틈이 생기는 것이다.

폭력조직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국내외에 개설하고, 자기들이 베팅한 방향으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협박과 회유를 일삼는다. CPBL은 물론 대만 정부까지 나서서 야구계의 정화를 약속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일 뿐 악순환이 되풀이되고만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돈 맛을 알아버린 암흑세력에게는 대만 정부의 제재마저 큰 장벽이 아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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