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암 이기고 돌아온 ‘뭉치’ 정현석

입력 2015-08-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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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외야수 정현석이 위 절제수술을 받고 복귀한 5일 문학 SK와의 원정경기 5회 대수비로 교체 출전한 뒤 7회초 복귀 첫 안타를 신고하고 있다. 정현석은 지난해 12월 위암 판정을 받고 재활에 몰두해왔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작년 12월 위 절제수술…올해 3월부터 재활
SK전 7회 대타 출전, 2안타·호수비 맹활약
“기다려준 한화 감사…실력으로 보답하겠다”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다. 한화 외야수 정현석(31). 처음에 야구 관계자들은 인사하러 잠깐 들른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화의 1군 엔트리에 등록이 돼 있었다. 지난해 12월 한화 선수단의 정기 건강검진에서 위암 판정을 받은 이래로 아득할 줄만 알았던 1군복귀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한여름에 작은 기적을 담고 온 정현석은 살은 빠졌으나 몸은 더 단단해져 돌아왔다. 그리고 고비를 넘긴 사람 특유의 낙천성이 있었다.


● “기다려준 한화 구단에 고맙다”

정현석은 암에 걸린 선수를 방출시키지 않고, 끝까지 품어준 한화 구단에 대한 감사를 가장 먼저 전했다. “충분한 휴식과 최대한의 지원을 해줬다. 덕분에 조급하지 않게, 착실히 몸을 만들어서 합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현석은 위암 발견 직후인 12월 12일 위를 절반 이상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9일간 입원을 했고 3월까지 강원도와 제주도를 돌며 요양에 전념했다. 인생에서 가장 막막한 순간이자 고마웠던 시간이었다.

“걷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못하는 몸 상태였다. 답답하고 무기력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어려울 때가 되어보니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의 애틋함, 소속팀과 동료와 팬의 소중함을 읽을 수 있었다.”

3월부터 산행과 웨이트트레이닝 등, 개인훈련이 시작됐다. 3월 3일 충청도 서산의 재활군에 합류했다. 한화 구단은 정현석만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주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5월 15일 육성군에 진입했고, 6월 19일부터 2군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5일까지 2군 경기를 뛴 뒤 1군의 호출을 받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때가 되어서 올렸다”고 짧게 말했다.


● “암과 투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고 싶다”


정현석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고 싶다. 그들이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열심히 하겠다”고 목표를 말했다.

역시 암과 싸우고 있는 NC 투수 원종현에 대해서도 정현석은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 친구가 항암치료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상하고 아쉬웠다. 나처럼 항암치료만 안 받아도 회복이 빠를 텐데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기일처럼 말했다.

정현석이 없는 동안 한화 동료들은 그의 별명인 ‘뭉치(힘이 세다는 의미)’를 모자에 새기고, 뛰었다. 한화 구단은 그를 모델로 CF도 찍었다.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정현석은 “내가 힘을 내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이유였다. 고맙다. 그러나 팀이 어려운데 내가 힘이 못 되어줘서 고마움 이상으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 먹고 싶은 거 다 먹는다. 좋은 것만 먹고, 잠도 꼬박꼬박 자니까 더 오래 살 것 같다”며 웃었다.


● 모두가 그의 복귀를 축하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고 돌아온 그는 5일 SK전에서 5회말 대수비로 교체 투입됐다. 이어 7회 복귀 첫 타석에 들어섰다. 홈팀 SK는 이례적으로 ‘정현석 선수의 건강한 복귀를 축하합니다’라고 전광판에 메시지를 넣었다. 1루 측 SK 팬, 3루 측 한화 팬이 한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에 화답하듯 정현석은 SK 선발 메릴 켈리의 152km 강속구를 받아쳐 복귀 첫 타석에서 깨끗한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7회말 수비에서는 SK 이재원의 홈런성 타구를 워닝트랙에서 점프 캐치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2-7로 뒤진 9회초에는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이날 2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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