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홀릭] 심장 쫄깃한 버저비터…경마엔 ‘코차승부’가 있다

입력 2015-08-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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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열린 KRA컵 클래식(GⅢ) 대상경주에서 ‘삼정제왕’이 접전 끝에 코차의 짜릿한 우승을 따냈다. 이날 승부는 사진판독으로 승부를 가렸다. 경쟁을 벌였던 ‘러시포스’는 아쉬운 2위가 됐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코 크기만큼 차이로 순위 결정나는 경마
올해 코차승부 136건…4경기당 한번꼴

지난 4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한일전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1-1 동점 상황. 후반전 추가시간에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전가을이 오른발로 감아찼다. 볼은 보름달 같은 곡선을 그리며 일본 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일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의 극적인 결승 역전골.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런 ‘각본 없는 드라마’같은 짜릿한 승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축구의 인저리타임 결승골, 야구의 9회말 투아웃 역전홈런, 농구에 4쿼터 버저비터 승리골 같은 짜릿한 승부는 관중을 환호하게 하는 요소다. 이런 극적인 승부는 경마에도 있다.


● 야구에 9회말 역전홈런…경마엔 ‘코차승부’

경마는 10마리 내외의 경주마에 기수가 기승해 정해진 거리를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주마가 우승하는 단순한 경기다. 이 ‘단순한 경기’에 한 해 입장객이 1500만명(2014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이 넘는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이 연 675만명인 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관중으로 보면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마에 열광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짜릿한 승부 때문이다. 자신이 베팅한 경주마가 다른 말과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면, 그것도 1만배의 배당률이 걸렸다면 그 전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필 이상의 경주마가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을 땐 어떻게 순위를 정할까. 경마에서 결승선 도착기준은 경주마의 코. 코가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말이 우승이다. 결승선 앞에서 말이 혀를 쭉 내밀어도 1등으로 들어와도 소용없다. 기수가 펄쩍 뛰어 팔을 내밀어도, 채찍을 던져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코가 먼저 들어와야 한다. 전 세계 경마 시행국 모두가 똑같다.

경주마들이 ‘동시에’ 들어왔을 때 코가 살짝 앞에 들어온 경우를 ‘코차’라고 한다. 말 그대로 코 크기 만큼의 차이다. 그 차이는 대략 5cm 이하.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 이때는 1초당 150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에 맡긴다. 무려 0.01mm의 차이까지 식별할 수 있는 고성능이다. 육상경기나 쇼트트랙 등의 결승선 카메라와 같다. 이런 장비가 렛츠런파크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판정하고 있다.



● 올 상반기 ‘코차승부’ 136건…익사이팅해진 경마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전가을의 ‘인저리타임 결승골’ 같은 짜릿한 승부는 경마에서 얼마나 자주 나올까. ‘코차승부’는 야구나 축구보다 자주 일어난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560경기에서 배당률에 영향을 미치는 1위에서 5위 이내 코차승부는 136건으로 집계됐다. 승부를 낼 수 없는 같은 순위도 5건이나 있었다. 확률로 보면 동순위와 코차승부가 25%에 달하는 수치다. 4경기 당 한 번 꼴로 짜릿한 승부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531경기에서 같은 순위 8건, 코차승부가 88건이었던 것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는 동순위와 코차승부 비율은 18.1%이었다. 그만큼 익사이팅한 승부가 많아졌다.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경마가 열린다. ‘9회말 투아웃 역전홈런’과 같은 짜릿함이 경마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더위를 잊게 할 ‘코차승부’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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