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칼의 화법’…투지 불태웠다!

입력 2015-08-10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남자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중국전 승리 후 ‘공격적 화법’으로 변신,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日 수비지향적 플레이 겨냥하며 “일본이 우리에게 겁 먹었다”며 기싸움도


2015동아시안컵(1~9일·중국 우한)에 출전한 남자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몹시 신중한 스타일이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한마디 말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태극전사들을 선택할 때부터 그랬다.

올 1월 2015호주아시안컵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서귀포에서 강화훈련을 진행할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우린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모두에게 대표팀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서귀포 훈련에 참가한 28명 중 호주행 티켓을 얻지 못했거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등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을 이번 동아시안컵에 불러들였다.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허언이 아니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다지 매력적인 인터뷰이(interviewee)가 아니다. 특히 아시안컵 이후 A매치의 목적에 대한 언급은 대개 두루뭉술했다. 동아시안컵 직전에도 그랬다. 신예들의 경험을 위한 장인지, 우승이 목표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한일 양국간 역사적 배경은 잘 알지만 너무 매몰되면 우리의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 “홈 어드밴티지의 중국이 우승 후보”라는 코멘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회에 돌입하자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바뀌었다. 2일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기분 좋은 2-0 승리를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으로 신예들의 실력 확인과 더불어 우승까지, 두 마리 토끼몰이가 실질적 목표임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팀 미팅에선 자신의 발언을 직접 전달하며 선수들에게 강한 분발을 요구했다.

5일 일본과의 2차전(1-1 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 번 우승을 이야기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승점 1을 획득한 만큼, 9일 북한을 잡으면 자력으로 우승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전에 비해 8명이 바뀐 출전 엔트리가 화두에 오르자, “선수 모두가 각자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더욱이 이번 대회에 (이틀 쉬고 다음 경기에 출전시켜) 선수들을 혹사시키려고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일본이 수비지향적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 “상대 감독의 전술은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게 (일본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다. 라인을 내렸다는 것은 우리가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가 한 수 아래의 월드컵 예선 상대 미얀마를 ‘좋은 팀’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했음을 고려하면, 향후 계속될 일본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북한과의 최종전을 앞두고는 “사실상의 결승전과 다름없는 한 판”이라며 결연한 마음을 전해 마지막까지 태극전사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우한(중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